뮤지컬 <이블데드> | |
뮤지컬 <이블 데드>가 눈길을 모은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배우들 때문. 소극장 공연임에도 현재 국내 뮤지컬계에서 티켓파워가 가장 높은 배우에 속하는 류정한과 조정석이 주인공 애쉬 역에 나란히 더블 캐스팅된 것. 특히 <오페라의 유령>부터 시작해 국내에 굵직한 라이선스 대작 뮤지컬들의 주연을 도맡아온 류정한이 이런 작은 공연, 특히 코믹극의 주연으로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캐스팅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애쉬뿐만 아니라 셸리와 애니의 1인 2역을 하고 있는 백민정, 셰릴 역의 최혁주, 정상훈과 더블 캐스팅인 스콧 역의 김재만, 제이크 역의 양준모 역시 다른 뮤지컬들에서 주연급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이다. 더블 캐스트 중 기자가 관람했던 조정석 - 김재만의 공연의 경우, 역시 차세대 뮤지컬 스타답게 조정석은 시종일관 발랄한 연기 가운데에서도 탁월한 가창력을 보여주며, 가장 먼저 좀비가 되어 계속 애쉬를 좀비의 세계로 회유하는 셰릴 역의 최혁주는 작은 체구가 무색하게 무대 전체를 장악하는 놀라운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1인 2역을 하고 있는 백민정 역시 백치미의 금발미인 셸리와 지적이지만 허영기도 엿보이는 검은머리 미녀 애니 역을 완전히 상반되게 연기하고 있어 사전에 1인 2역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관객들은 이것을 공연 마지막이 돼서야 알아차릴 정도다.
뮤지컬 <이블데드> | |
뮤지컬 <이블데드>는 영화 <이블데드> 1, 2편을 적절히 섞으면서도 1편이 코미디보다는 호러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 뮤지컬은 처음부터 끝까지 코믹한 웃음을 선사한다. 라이선스 공연들이 의례 보이는 번역투의 어색한 가사는 다른 뮤지컬들보다는 그래도 적은 편. 오히려 'What the Fuck Was That' 같은 곡은 우리말로 '조낸 황당해'로 옮겨졌을 만큼 비속어도 섞여 있다. B급 정서를 전면에 표방한 만큼 비속어뿐 아니라 인터넷식 용어와 성적 농담도 다수 등장하지만 그 수준은 '귀엽게' 마무리되는 편. 배우들의 에너지도 매우 발랄하고 생기가 넘친다. 대학생 다섯 명이 산 속 오두막으로 여행을 가는 설정인 만큼, 배우들의 젊은 열기가 무대를 꽉 채우고 있고, 반복 관람하고 있는 배우팬 관객들의 열띤 호응도 극의 분위기를 한껏 띄우는 데에 일조한다. 스플래터 존 좌석의 관객에게 일부러 나눠주는 우비 대신 일부러 흰옷을 입고 와서 배우들이 뿌리는 피를 기꺼이, 그리고 반복적으로 하사(!)받는 관객의 수도 많고, 이들은 매 노래마다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보내며 흥겨운 분위기를 이끈다. 왼손을 잘라낸 애쉬가 전기톱을 비로소 손에 장착하는 장면은 객석에서 터지는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있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장면이다. 배우들 역시 A열 관객석의 일부부터 스플래터 존과 R석 맨 앞줄 사이의 통로까지 적절히 무대의 일부로 활용해 더욱 관객들의 열띤 반응을 이끌어낸다. 인터미션 15분을 포함해 총 2시간의 공연 시간 동안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다. 공연 마지막엔 배우들이 각자 등장해 다른 배우의 곡들을 부르고 장기를 보여주는 보너스도 추가된다.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에서 6월 15일까지 공연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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