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 덕양갑에 출마한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와 통합민주당 한평석 후보 사이의 후보 단일화가 끝내 무산됐다. 단일화를 먼저 제안했던 한평석 후보가 4일 입장을 번복한 탓이다.
심 후보 측에 따르면 이날 오후 양측 후보가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한평석 후보가 "중앙당과 캠프 내부의 반발로 단일화가 힘들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심 후보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기자회견까지 자처해 단일화 제안을 먼저 했고, 각종 매체 인터뷰를 통해 이를 공식화한 한 후보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돌연 입장을 번복함에 따라 선거운동 막판에 입은 타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양측은 단일화를 위한 실무협상도 수차례 가져왔다.
심 후보 선거사무실 관계자는 "아무리 내부에서 일부 반발이 있기로서니 자기가 직접 공식적으로 내 뱉은 말을 하루이틀 만에 이렇게 내팽개치는 후보가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격분했다. 무엇보다 선거기간 중에 부친상까지 당한 심 후보의 상심이 크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심 후보 측은 다만 "현실적으로 단일화는 어렵게 됐지만 최근 지역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며 "자력으로 당선될 가능성도 있다. 단일화 무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별렀다.
한편 단일화 무산과 관련해 한 후보 측의 박정구 사무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후보가 단일화를 제안 한 뒤 중앙당을 비롯해 당원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며 "이런 압력 때문에 단일화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구민주당계의 항의가 거셌다"며 "중앙당에서도 선대본부장이 후보를 직접 만나 만류했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구민주당계 인사로 분류된다. 박 사무장은 "중앙당으로선 어렵게 공천을 했는데 상의도 없이 후보 사퇴까지도 염두에 둔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얘기한 데 대해 섭섭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 후보 측이 이로 인해 타격을 좀 입었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단일화 제안 번복에 대한 사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는 돌변상황이기 때문에 꼭 그래야 하는지 언급이 조심스럽다"고 했다. 단일화 무산에 대한 입장도 후보가 직접 나서지 않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힐 예정이다.
앞서 한 후보는 지난 1일 고양시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화를 제안하며 "중앙권력, 지방정부, 그리고 마지막 남은 의회권력까지 장악할 경우 이 나라는 한 쪽으로 치우쳐 마침내 침몰하고 말 것"이라며 짐짓 고뇌에 찬 결단인 양 강조했다.
한편 지역 시민사회계는 한 후보에게 후보 사퇴를 압박키로 하는 등 비난이 거세질 조짐이다. 이에 대해 박 사무장은 "공당의 후보가 책임 있게 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지지 못해서 그런지는 모겠지만, 그걸 가지고 사퇴를 하라고 하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심 후보 측은 "좀처럼 당선 가능성이 없는 한 후보가 심 후보를 이용해 이름 알리기를 하고 중앙당에 가선 다른 말을 하는 이중플레이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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