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한 초등학생이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폭행을 당하고 납치될 뻔 한 어린이 납치 미수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안양시에서 실종되고서 살해된 채 발견된 '혜진, 예슬 양 사건'에 이어 발생됐다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경찰이 이번 사건에 대한 신고를 받은 뒤 납치가 아닌 단순 폭행사건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부실수사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더 큰 파장을 낳고 있다. 경찰의 총체적인 행정력 부실에 대한 분노와 비난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31일 논평을 내고 "경찰의 안이한 대처와 무책임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인권단체 '다산인권센터'도 이날 성명을 통해 "치안부재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지 말라"며 "경기경찰청은 도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총체적 치안부재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잉충성에는 목 매달고 민생치안은 나몰라라"
참여연대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26일은 경찰청에서 '어린이 납치·폭행 종합치안대책'을 발표한 날"이라며 "누가 봐도 분명한 여자 어린이 납치미수 사건을 이렇게 대처한 것은 경찰의 어린이 치안대책이 말뿐임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심지어 피해자 가족에게는 언론에 알리지 말라며 은폐를 시도했다는 보도도 있다"고 언급한 뒤 "한심함을 넘어서 처참하다"고 비난했다.
참여연대는 "해당 사건을 단순 폭행사건으로 분류하고 수사에 손을 놓고 있던 바로 그때 경찰은 등록금폭등을 해결하라는 평화 행진에 1만 4000여 명의 전경을 배치하고 300명의 체포전담조를 투입하는 등 황당한 과잉대응을 하고 있었다"며 "게다가 정보과 형사들을 시켜 운하반대 교수들의 정보를 캐러 다녔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그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불법집회 엄단 운운하니 대규모 경찰병력을 동원해 공포분위기 조성에 골몰하고, 또 이명박 대통령이 운하를 강력 추진하겠다니 5공 시절처럼 반대교수들의 뒷정보를 캐며 압력을 행사하려 한 것 아니겠는가"라며 "경찰이 대통령의 눈치나 보며 황당한 과잉충성에 목매달며 민생치안은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평화시위 진압할 경찰병력은 있어도 어린이 범죄에 대처할 여력은 없단 말인가"라고 물으며 "경찰은 제발 민생치안이나 제대로 하라"고 촉구했다.
"CCTV 설치해도 이런 경찰에겐 무용지물에 불과"
다산인권센터도 성명에서 "일산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CCTV를 설치해 봤자 이를 들여다 볼 의지조차 없는 경찰들의 대책이란 것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치안부재의 책임을 지지 않고, 국민전체를 감시대상으로 삼는 인권침해 대책만을 내오는 경찰은 지금 사태의 모든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경찰청은 '어린이 납치·폭행 치안대책'에서 △실종사건 수사전담팀 신설·운영 △신속한 수사 및 공조체제 확립 등 총력 대응체제 구축을 비롯해 △취약지역 목 검문, 폐쇄회로(CCTV) 설치로 범죄 사전예방 △아동안전 확보를 위한 '전자태그시스템'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법 개정을 통해 112신고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GPS(위성항법장치)를 모든 휴대전화에 장착하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산인권센터는 "경기도는 20여 년의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비롯, 해마다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는 곳"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범죄 신고 전화 '112'의 턱없는 인력 부족과 비효율적 시스템으로 인해 사회적 비난을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화성의 힘없는 여성들이 살인범에 의해 참혹히 살해당하는 동안, 집회·시위 단속에만 나서느라 무능력하기만 했던 독재정권 시절의 경찰이 다시 생각난다"며 "경찰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총체적 치안 부재의 책임을 질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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