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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 수십조?"…운하 비용 '축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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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 수십조?"…운하 비용 '축소' 논란

3개월 만에 수조 원 늘어…"재정 파탄 부를 수 있다"

한반도 대운하 반대 여론이 계속 높아가는 시점에서 이명박 대통령 측이 대선 후보 때 발표한 운하 사업 비용이 계속 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시간이 갈수록 이명박 대통령 측이 발표한 16조 원보다 많게는 수십 조 원이 더 드는 없는 '세금 먹는 하마'가 되리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경부운하 건설 참여를 준비 중인 대형 건설업체 컨소시엄(가칭 '경부운하주식회사)이 현장 조사를 토대로 "2500톤(t) 급 배가 다니려면 경부운하 다리 중 68곳이 철거·개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초 이명박 대통령의 운하 정책을 뒷받침해온 '한반도 대운하 연구원'은 5000톤(t) 급 배가 다니려면 철거·개축해야 할 다리는 25개뿐이라고 했었다. (☞관련 기사 : "경부운하, 2500톤 이하 선박만 통행 가능")
▲낙동강에서 직접 '삽질'을 해보는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철거·개축해야 할 다리가 43개나 늘다보니 사업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건설업체는 사업 비용이 2조3000억 원 정도 늘 것으로 추정했다. 불과 몇 달만의 조사에 의해 사업 비용이 16조 원에서 2조3000억 원이나 증가해 18조3000억 원이 된 것. 실제로 철거·개축해야 할 다리는 더 늘어날지 모른다.

홍종호 교수(한양대)도 <재앙의 물길, 한반도 대운하>(환경재단 도요새 펴냄)에 실린 '경부 운하, 경제적 타당성 없다'는 글에서 "사업 비용 항목에 누락돼 있는 유지 관리비, 취수원 이전비, 간접 취수비, 교량 재시공비를 모두 합치면 15조 원을 훌쩍 뛰어넘어 40조~50조 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환경단체 환경정의는 27일 성명을 내 "(이명박 대통령의 뜻대로) 4년 안에 운하 건설을 하려면 교통 대란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교통 대란으로 발생한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적인 예로 운하 건설이 시작되면 경상북도 칠곡의 경부고속철도교도 개축돼야 한다. 경부고속철도 운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환경정의는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국고를 한 푼도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이미 국토해양부 내에 운하지원팀을 신설하는 등 국민의 세금을 쓰면서 운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처럼 앞으로 교량 철거·개축 비용 외에도 얼마나 많은 비용이 국고에서 나갈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운하 사업, 미래는 이렇다

"전 세계에서 1927~98년에 완료된 총 258건의 대형 사업(교량, 터널, 도로, 철도 등)을 분석해, 계획 단계에서 예상된 비용과 편익이 실제로 완공 뒤 과연 얼마나 들어맞았는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계획 단계에서 건설에 들어간 비용은 실제보다 적게 평가되고 그로부터 얻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편익은 크게 평가되는 체계적인 정보 왜곡 현상이 드러났다."

김명진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은 <한겨레21> 최근호(703호)에 덴마크 올보르 대학의 벤트 플뤼브예르그 교수의 이같은 연구 결과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연구 결과를 보면, 사업 10건 중 9건에서 실제 비용이 애초 예상한 금액을 초과했고, 이런 초과 지출은 5개 대륙에 걸친 20개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됐다.

김 위원은 "이런 문제점은 조사 대상 기간 70년 동안 개선되지 않은 채 반복됐다"며 "평균적으로 볼 때 철도는 44.7%, 교량·터널은 33.8%, 도로는 20.4%의 초과 지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났다"고 전했다. 김 위원은 "편익 과대평가 역시 5개 대륙에 걸친 14개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고, 조사 대상 기간 30년 동안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빅 딕(Big Dig)'이라는 별칭으로 불린 미국 보스턴의 '중앙간선도로·터널 사업'은 비용이 275% 초과 지출돼 110억 달러(약 11조 원)이 추가로 들었다. 개통 이후에도 부실 공사로 추가 지출이 잇따랐고, 결국 보스턴 시정부가 건설업체를 고소해 법정 분쟁으로 번졌다.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터널, 미국 덴버 국제공항도 마찬가지였다.

김 위원은 "플뤼브예르그 교수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본 원인을, 정치권과 개발업자의 압력에 따른 '노골적인 거짓말'에서 찾았다"고 소개했다. 계획 단계에서 사업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얼마 안 되는 비용으로 놀라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식의 과장과 왜곡이 저질러지고 있다는 것.

현재까지 정황을 염두에 두면 운하 사업 역시 김 위원이 소개한 플뤼브예르그 교수의 연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 측이 입맛에 맞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 전문가에 의존해 비용은 줄이고, 편익은 늘리는 식으로 운하 사업을 홍보해 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사업의 결과이다.

김 위원은 "이처럼 잘못된 비용 산출과 수요 예측은 많은 경우 재정 파탄으로 이어져, 규모가 거대한 일부 사례에서는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재정적 곤란을 겪는 사태로 이어졌다"며 "2004년 아테나올림픽 때 경기장 건설 비용이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 초과 지출된 그리스는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운하 사업 역시 이렇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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