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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액션플랜'의 변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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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액션플랜'의 변수들

<고성국의 정치분석ㆍ37> 7월 당권경쟁을 향한 4각 경쟁

"속았다.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당대표와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박근혜 가 직격탄을 쏘고 나오자 "더 이상 공천에 대해 얘기 말라. 총선 후 책임 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강재섭이 총선불출마를 선언해 버렸다.

아무도 예상 못한 강공으로 강재섭은 박근혜의 공세를 막아내고, 이상득 부의장 불출마를 요구한 수도권 후보들의 집단행동에 제동을 걸었으며, "강재섭도 한 칼 있다"는 사실을 유감없이 보여줌으로써 향후 행보를 위한 디딤돌을 단단히 다지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두어 들였다.

강재섭의 승부가 통했던 것은 한나라당의 사정이 그만큼 급박했던 탓도 있었겠지만, 그와 동시에 강재섭의 이번 행보가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노린 양수겸장이었던 데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박근혜로서는 예기치 않게 허를 찔린 셈이 됐고 범주류의 정몽준, 이재오 등도 강재섭의 주도권을 현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돼 버렸으니 말이다.

5선의 강재섭이 선수를 하나 더 쌓아 6선 의원이 되는 것은 당내 최다선 현역의원으로 국회의장 0순위라는 명예로운 길을 보장받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비상, 즉 대권도전을 사실상 접는 길이기도 하다는 점이 이번에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집중적으로 고민한 대목이 아니었을까 싶다.
▲ ⓒ뉴시스

다시 말해 6선의 국회의장을 포기하는 대신 5년 후 대권도전이라는 정면승부의 시동을 건 것 아니냐는 것이다. 5년 후 대권경쟁구도도 어차피 박근혜 대 반(反)박근혜 연합으로 만들어 질 수밖에 없다면 5년 후에도 이번과 같이 반박근혜 연합후보만 되면 한번 해볼 만하지 않겠느냐는 계산을 했을 법 하다는 것이다. 강재섭이 그려볼 만한 이러한 구도에서 가장 위협적인 변수는 정몽준이다.

정몽준의 1차 목표는 한나라당에 안착하는 것이고 2차 목표는 당권을 잡는 것이며 3차 목표는 당권을 최대한 활용해 세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권후보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강재섭의 불출마로 생긴 범주류의 빈공간이야말로 정몽준이 1차 목표와 2차 목표를 한꺼번에 해결 할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이재오가 예전 같지 않고 복잡한 내부역학 때문에 범주류가 구심력 강한 박근혜계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취약점이 드러날수록 정몽준이 범주류의 대리자로서 박근혜의 대항마로 역할 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하겠다. 이 점에서 강재섭과 정몽준은 한편으로는 박근혜를 견제하는데 공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범주류의 리더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중층적 관계설정을 피해갈 수 없을 듯하다.

박근혜의 최종목표 또한 두말할 것도 없이 5년 후 대권이다. "각자 처한 처지에서 최선을 다한 후 다시 만나자"는 박근혜나 "이번 총선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5년 후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탈당파들이나 절치부심 5년 후를 기약하기는 마찬가지다.

7월 전당대회는 그 출발점이 될 듯하다. 이미 대표를 지냈고 확고한 선두주자로서 앞서가고 있는 박근혜이니 만큼 누군가를 대리인으로 내세우는 것은 몰라도 직접 당권에 도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그간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측근 중진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해 마땅히 내세울 대리인이 없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박근혜의 힘은 역시 당원의 지지에서 나온다는 점과 박근혜의 대선행보 또한 당심을 얻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권도전 가능성을 무작정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가 7월 전대를 목표로 움직일 때 가장 먼저 부딪칠 수밖에 없는 사람 또한 정몽준이다. 따뜻한 울산을 버리고 동작을에서 결코 간단치 않은 후보인 정동영과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는 정몽준에게 한나라당은 하루빨리 안착해야 할 제2의 고향이기도 하고 그간 쌓아온 정치력을 마침내 발휘해야 할 안마당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정몽준에게 7월 전대는 피해갈 수 없는 외나무다리이다.

그렇다고 정몽준이 단기필마로 도전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대통령 못지않게 실용주의자고 현실주의자인 정몽준이므로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범주류의 조직적 지원을 받아 당권에 도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경우 가장 큰 변수는 이재오다. 아무리 대통령의 뜻이 실린다 해도 과연 이재오가 자신의 뜻을 접고 정몽준 당권카드를 순순히 받아들이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대통령의 신임을 놓고 이재오와 정몽준이 경쟁하는 형국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뜻인데, 이 경우 이상득 부의장 불출마를 내건 집단행동의 후유증이 이재오에게 결코 호의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다.

물론 그렇다고 정몽준이 대통령의 신임을 근거로 이재오를 손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뜻은 더욱 아니다. 정몽준도 이재오도 서로에게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다소 앞질러 말하자면 반박근혜라는 프레임 속에서 상생하는 길을 찾는 것이 정몽준과 이재오 양측 모두에 좋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만들어 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미리 지적해 둘 수 있겠다.

이렇듯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나라당의 권력투쟁은 삼국지 버금갈 만큼 복잡한 합종책과 연횡책이 얽히고설킨 채 공천전쟁을 넘어 7월 전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너도 나도 그동안 걸치고 있던 대의명분과 원칙이라는 옷을 하나하나 벗어던져 버리고 적나라한 권력투쟁의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권도 권력투쟁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박근혜, 정몽준, 강재섭, 이재오 등 몇 몇 리더들의 역할과 비중은 압도적으로 크다.

그러므로 정치의 품격과 권력투쟁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라도 스스로 금도를 지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천박하고 경박한 정치로부터 가장 크게 1차적으로 고통 받을 사람들도 바로 그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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