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의 발달 덕분에 이제는 거실에서도 극장 스크린 못지않는 화질로 최신 영화를 즐길 수있게 됐다. 교통난을 뚫고 자동차를 타고 영화관까지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게 된 셈이다. 디지털 기술의 대중화 때문에 영화관을 찾는 관객수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불법다운로드로 인한 영화산업계의 피해규모는, 북미시장 경우 약 6억달러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극장업계가 최근들어 관객의 발길을 붙잡기 위한 활로 모색에 분주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한마디로 전통적인 '영화관' 개념에서 벗어나 스포츠, 오페라, 드라마까지 다양한 컨텐츠들을 상영하는 일종의 '커뮤니티 엔터테인먼트 중심지'로 발빠르게 거듭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월드컵 때 극장에 축구팬들이 한자리에 모여 중계방송을 함께 관람한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겨울소나타'나 '태왕사신기' 등 욘사마(배용준) 출연 드라마 시리즈가 극장에서 상영된 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극장가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업 다각화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 조직적이다. 뉴욕타임스는 " 드라이브인부터 멀티플렉스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영화관들은 늘 사회적, 경제적 흐름에 따라 변화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영화관에서 '영화'자체가 주 컨텐츠의 자리로부터 물러나기는 사상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북미지역의 대표적인 극장체인으로는 랜드마크, AMC , 리걸 등을 꼽을 수있다. 랜드마크는 최근 뉴욕시내 몇몇 스크린에서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피트 샘프라스와 로저 페더러의 경기를 생중계 상영했다. AMC와 리걸은 가수 셀린 디옹의 화려한 콘서트를 상영했고, 추억의 드라마 '스타트렉'시리즈를 마라톤으로 상영하기도 했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3월 24일에는 미국인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세계군악대챔피언쉽 대회를 생중계해 좋은 반응을 모으기도 했다. 뉴욕 지그펠드 극장은 지난해 뉴욕메츠 프로야구팀과 계약을 맺고 ,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메츠 팬들에게 경기를 중계했다. 메츠 구단측에서는 실제 경기를 보는 기분을 만끽시켜주기 위해 , 구단 소속 오르간 연주자를 극장에 보내 경기 중간중간 라이브 연주로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고. 구단 측에서도 또다른 수입을 올릴 수있다는 점에서 극장 중계를 매우 반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츠 사업담당 부사장 데이브 하워드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 극장 입장권이 순식간에 매진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올 여름시즌을 겨냥해 극장들과 손잡고 좀더 많은 스크린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극장체인 내셔널시네미디어는 지난해 전국 각지의 수백개 스크린에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생중계했다. 비록 라이브는 아니지만, 관객들은 뉴욕 맨해튼의 오페라 극장에 앉아있는 관객들과 똑 같은 시간에 첫날 공연을 생생하게 즐길 수있었다. 극장측은 지난 한해동안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공연을 관람한 관객이 약 30만명에 이르렀으며, 2008년도에는 약 100만명을 동원할 수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테네시와 뉴저지 지역의 몇몇 극장들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오페라단 공연을 상영해 호평받았다고. 입장료는 약 25달러(약2만5000원) . 물론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공연을 직접 관람하려면 최소 50달러 정도 든다. 따라서 관객의 입장에서는 라이브공연을 볼 수없다는 아쉬움을 접어둔다면, 절반가격에 최정상급 공연을 즐길수있는 이점이 있다. 미국 극장체인들이 영화 이외의 컨텐츠에 눈을 돌릴 수있게 된 데에는, 최근 들어 디지컬 상영시설을 갖춘 곳이 증가한 것이 뒷받침이 됐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3년전까지만해도 북미지역에서 디지털 상영시설을 갖춘 곳은 약 200개 스크린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5000개 스크린으로 증가했고, 향후 2년내 그 숫자는 1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최첨단 기자재로 고화질 영상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스포츠 등을 TV화면으로 볼때와 극장에서 볼 때의 느낌이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극장업계의 주장이다. 가장 큰 문제는 마케팅. 극장체인들이 영화 이외의 콘텐츠를 일부 스크린에서 상영하다보니관객입장에서는 상영스케줄 및 정보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다. 현재는 주로 업체 홈페이지나 영화관련 사이트들에 광고가 게재되고 있지만, 한계가 많다는 것이 극장측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극장의 변신은 이제 거스르기 힘든 추세가 되고 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지적이다. 랜드마크 체인의 최고경영자(CEO) 테드 먼도프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극장 컨텐츠가 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브모션픽쳐스의 토머스 스티븐슨 대표도 "영화관객만으로는 극장업계의 성장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앞으로 영화관은 영화만 보러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오락을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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