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래 교수 "경부운하, 쓰레기·모래나 간간이 운반할 것"
조중래 교수는 "경부운하를 이용해 수도권에서 부산까지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데는 약 50시간 정도가 걸린다"며 "이것은 도로의 7배, 철도의 4~5배 정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경부운하의 수송 비용은 컨테이너 하나 기준으로 평균 56만 원 수준으로 도로(평균 67만 원)보다는 저렴하나 철도(평균 58만 원)와는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운하는 터미널 접근 비용과 터미널 환적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수송 비용을 줄이지 못한다"며 "비슷한 수송 비용을 지불하고 4~5배 시간이 더 걸리는 운하를 이용해 화물을 수송하려는 화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경부운하를 이용해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조 교수는 "개별 선주들이 쓰레기, 모래 등 한정된 품목의 벌크(석탄, 석유, 철광석, 시멘트, 쓰레기 등) 화물만 소량으로 경부운하로 옮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우리 경제가 2~3배 성장하더라도 이미 많은 제조업의 산업 입지가 경부운하 이용권역이 아닌 곳(평택, 안성, 화성, 시흥, 서산, 천안 등)으로 이동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물동량은 결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앞서 24일 국토해양부 업무 보고 자리에서 "육·해·공 물류 체계를 정비해 관련 비용을 줄여 나가야 한다"며 한반도 대운하를 강행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조 교수의 분석대로라면 경부운하를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국내 물류 체계에 재앙과 같은 일이 되는 셈이다.
임석민 교수 "경부운하 이용할 화주는 없다"
이런 조중래 교수의 분석은 임석민 한신대 교수(경제학)의 분석과도 일맥상통한다. 임 교수는 최근 출간된 <재앙의 물길, 한반도 대운하>(환경운동연합 엮음, 도요새 펴냄)에 실린 '운하는 가장 열등한 운송 수단'이라는 글에서 "30년 이상을 현장과 책상에서 운송과 물류를 관찰하고 연구해 온 나는 운하를 이용할 화주가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1980~90년대 경부고속도로가 심하게 밀리자 1989년에 (주)한진, 1995년에 대한통운이 각각 부산-인천의 연안 해운을 개시했다"며 "그러나 이용률이 낮아 수익성이 없어서 대한통운은 누적 적자 심화로 1999년 5월에 중단했고, (주)한진도 2006년 5월에 전면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기업의 빠르고 신속한 운송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연안 해운이 밀려났다"며 "연안 해운보다 느리고 위험한 운하를 이용할 화주는 더욱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내륙에 있는 시멘트 공장도 운하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멘트 공장까지 철도가 연결돼 있는데 굳이 트럭으로 옮겨 싣고 내려야 할 운하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설령 2020년까지 경부 간 화물이 3배로 늘어난다는 찬성 측의 예측이 맞다고 하더라도 (이런 예측이 맞은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경부운하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1992년부터 20조 원을 들여 건설한 경부고속철도가 2011년 완전 개통되면 경부 간 철도의 운송 능력이 크게 늘어 화물을 소화하는 데 문제가 없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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