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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진짜 '인권' 맛 좀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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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진짜 '인권' 맛 좀 보실래요?"

[화제의 책] 인권교육을 위한 <인권교육길잡~2>

당신은 '인권'을 아는가? 이제 제법 익숙한 이 단어를 '모른다'고 말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떼법을 청산하라"며 경찰의 시위 강제진압을 독려하는 이명박 대통령도 아마 '글로벌 스탠더드'인 인권을 아주 잘 안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인권이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에 대해 한 번 더 물어보면 선뜻 대답을 듣기가 어렵다. OO권, OO권 등 몇몇 어려운 단어를 언급하거나 혹은 당혹스러워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인권이 '인간으로서 가지는 가장 보편적인 권리'라고는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아직 정치적 구호로 남발되는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가가 되자는 목소리는 높아지지만 정작 현실은 그다지 달라지는 게 없다. 교육은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분야다. 도덕과 윤리는 가르치지만 인권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심지어 힘의 논리에 따라 줄을 서는 것이 곧 도덕이로 윤리라고 가르치는 학교. 이런 교육이 유지되는 속에서 선진사회는 실현될 수 있는 것일까.

누구 하나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 인권을 제대로 알게 해주고 느끼게 해주는 '인권교육 교재'가 나왔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운 건 그 때문이다.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엮은 <인권교육, 날다: 인권교육길잡~2>(사람생각 펴냄)가 최근 출간됐다.

불모지에서 싹을 돋군 결실
▲ <인권교육, 날다: 인권교육길잡~2>, 인권교육센터 '들' 지음, 사람생각 펴냄 ⓒ프레시안

불모지와도 같았던 '인권교육'. 그래서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쉽게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이 책을 믿음직한 이유는 그 불모지에 새싹을 돋구기 위해 10년 넘게 일해온 사람들이 흘린 땀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책을 펴낸 인권교육센터 '들'은 인권운동사랑방 등 각 사회단체에서 인권교육운동을 해온 활동가와 교사를 중심으로 지난달 출범한 단체다. 이 책은 인권운동사랑방의 옛 인권교육실 활동 성과를 모아 만든 일종의 제안서이자 '들'의 활동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책을 펴낸 사람생각 역시 인권재단 '사람'에서 운영하는 인권도서 전문 출판사다.

책의 내용은 그만큼 구체적이고 또 생생하다. 공부방, 어린이·청소년 인권캠프 등 인권교육 현장에서 쌓인 각종 자료가 세세한 노하우와 함께 담겨 있다. 인권교육을 처음 시도해보는 누구라도 곧 실천할 수 있도록 구성 또한 쉽다.

이 책은 각각의 프로그램을 통해 나누고 싶은 핵심적인 내용을 '열매'로, 인권교육의 열매를 맺기 위한 활동순서를 '씨앗 가꾸기'라고 칭했다. '폭력이 발생하는 관계를 살피면서, 폭력이 낳는 상처와 피해를 깨닫는다'라는 열매 아래에는 '폭력'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단어들을 사람 그림에 붙이는 활동이 소개돼 있는 식이다.

또 차별의 문제를 느껴보는 '열매' 아래에는 성, 인종, 학력, 외모 등이 다르게 적힌 인물 쪽지를 나눠주고 '연예인 선발대회', '학교기숙사' 등지로 여행을 다니며 합격과 불합격의 결과를 맛보는 활동이 소개돼 있다.

또 활동이 끝난 뒤 참가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대화는 '토닥토닥 마무리', 같은 주제라도 조금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활동은 '살짝~다르게'라는 제목으로 각 단원마다 소개돼 있다. 각종 그림이나 삽화 등의 '활동자료'를 인권교육센터 '들'의 홈페이지(www.dlhre.org)를 통해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게 한 점도 눈에 띈다.

이외에도 '이야기가 술~술~'이라는 코너는 평등, 평화, 표현의 자유, 사회권, 노동 등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권리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쉽게 설명해 놓았다.

"인권교육 없인 인권이 꿈꾸는 세상도 오지 않는다"

책 앞머리에 실린 추천사는 이 책이 우리나라 교육 여건 속에서 갖는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기찻길 옆 작은학교 공부방'에서 일하는 김중미 씨의 얘기다.

"나는 내 아이들과 공부방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이 높아졌다는 것에 자주 의문을 갖는다. 아이들은 성적이나 부모들의 직업, 경제적 능력 따위로 차별받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 딸이 중학교 때 복장검사, 두발검사가 유신시대처럼 행해지는 것에 놀랐지만 아이들은 그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을 뿐 문제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 그리고 자신들이 당한 차별과 억압을 자기보다 더 약한 장애학생이나 자신들과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투사했다."

책의 저자들은 물론 인권교육이 이 같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인권교육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인권교육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인권교육 없이 인권이 꿈꾸는 세상도 오지 않는다."

어쩌면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웅변하고 있는 것은 인권교육에 대해 대부분의 이들이 갖고 있는 '거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인권교육을 '착한' 사람, '교양있는' 시민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유행하는 교육으로 잘못 이해하는 이들도 있고, 재미있는 교육기법 정도로 부분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흔하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인권교육'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책 전체를 통해 웅변하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활발한 참여가 요구된다. OO헌장, OO권리와 같은 단순한 열매를 전달하는 교육이 아닌 것이다. 이들은 "각각의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이 스스로 그 과정에 역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기 경험을 인권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억눌려있던 열망을 기억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것이 바로 인권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로운 비행을 위한 날개짓에 지침서가 되고 싶다"

다소 두꺼운 책이지만 일단 책을 펼쳐보고 나면 당장에라도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 역시 활동가들의 '내공'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사실 이 책에 나와 있는 프로그램에 가장 먼저 참가해야 할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막연하게 인권의 껍데기만 알고 있는 우리 모두가 아닐까. 산뜻한 하늘색 바탕에 발랄한 삽화가 그려진 책의 표지 역시 보는 이들에게 생생한 인권교육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안겨주는 듯 하다.

"한 번의 교육,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나눌 수 있는 인권의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바로 인권교육이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린이, 청소년의 자유로운 '비행'을 위한 날개짓에 지침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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