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봐선 '헌신' 같다. 그의 말대로 '백의종군' 같기도 하다. 그런데도 '최선'이 아니라 '차선'이라고 평한다.
이유가 있다. 그의 불출마 선언엔 두 가지 요소가 섞여 있다. 당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은 점, 그리고 자기 일관성을 확보한 점이다.
민주당은 '선봉장' 잃고 강금실은 '금배지' 버리고
당의 요구는 서울 출마였다.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그가 서울에 출마해 바람을 일으키길 바랐다. 절박한 요구였다. 민주당의 생사를 가를 서울과 수도권에서 '장수' 한 명은 산술급수가 아니라 기하급수의 문제였으니까.
강금실 최고위원은 이런 요구를 내쳤다.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을 비롯한 당 안팎의 거듭된 출마 요구를 단호히 내쳤다. 평면을 잘라 보면 '파업'에 가까운 태도였다.
이랬던 그가 비례대표, 그것도 상위 순번을 배정받는 건 겸연쩍은 일이다. 당의 생사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를 먼저 돌본다는 비판을 자초할 수도 있는 일이다.
최소한 자기 일관성은 확보했다고 평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강금실 최고위원이 지역구는 물론 비례대표까지 내침으로써 금배지에 연연해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갖추게 됐다. 지역구 불출마가 불안감의 발로가 아니라 금배지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논리를 확보했다.
그러니까 차선이다. 민주당은 '선봉장'을 잃은 대신 '지원군'을 얻었다. 강금실 최고위원은 금배지를 버리는 대신 명예를 얻었다.
그럼 된 걸까? 일종의 '쎔쎔'이니까 만사가 다 해결된 걸까? 민주당은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강금실 최고위원은 아니다.
이게 궁금하다. '백의종군'은 보통 궁지에 몰린 사람이 택한다. 무고에 의한 것이든, 지은 죄가 있어서든 궁지에 몰려 개전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 꺼내드는 카드다.
하지만 강금실 최고위원은 아니다. 그가 궁지에 몰린 적이 없고 몰릴 까닭이 없다. 그런데도 그는 왜 '백의종군'을 하려 할까? 이왕 정치판에 뛰어들었다면, 그래서 당 최고 지도부에까지 올랐다면 국회에 진출해 날개를 펴는 것이 순리일 텐데 왜 그러지 않는 걸까?
권력 의지·정치 욕심이 없다
그래서다. 강금실 최고위원의 '절박성'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그가 과연 권력의지, 정치욕심이 있는지부터 점검할 일이다.
복기하면 알 수 있다. 2006년에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그 뒤 정치권과는 일정하게 거리를 둬왔다. 그랬던 그가 정치권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대선 때다. 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에 대선 패배의 암울한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을 때다. 정치를 할 요량이었다면 지방선거 후 거의 궤멸상태에 이르렀던 열린우리당에 뛰어들어 입지를 확보하는 게 더 나았을 텐데도 그는 그렇게 하지 않고 거꾸로 판이 얼추 정리될 때 돌아왔다.
정치를 하려고 돌아왔다고 보기 힘들다. 그것보다는 도와주려고 돌아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권력 의지에 충만해 정치 도전장을 낸 게 아니라 채무감 때문에 노력봉사를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렇게 보면 4월 9일 이후의 선택도 대략 예감할 수 있다. 강금실 최고위원과 정치 사이의 거리는 더욱 더 넓게, 그리고 멀리 벌어질 개연성이 농후하다.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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