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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물갈이에 숨겨진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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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물갈이에 숨겨진 '설계도'

[김종배의 it] TK-PK '분할관리'…주목되는 '이상득 역할론'

한나라당의 영남 물갈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개다. 박근혜계를 고사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는 게 하나고, 민주당의 개혁공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는 게 둘이다. 그래서 양수겸장이라고들 한다.

딱히 틀린 진단은 아니다. 하지만 완결된 진단도 아니다.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민주당에 대한 맞대응이야 그렇다치고 이명박계가 박근혜계를 고사시킨 다음에 놓으려는 수는 뭔가? 다시 말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파괴 이후의 건설 방안은 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와야 진단은 완성된다.

이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의 영남 지역 현역 교체율은 43.5%다. 박근혜계 뿐만 아니라 이명박계 의원들에 대한 '숙청'도 단행됐기에 가능했던 수치다.

물갈이로 진공상태에 빠진 영남 중진그룹

'공정 공천'으로 포장하기 위해 이명박계를 읍참마속 했다고 보는 건 어설프다. 그렇게 보기엔 몸값이 너무 나간다. 공천 탈락한 영남권의 이명박계 의원들 상당수가 3선 이상을 기록한 중진들이다.

이렇게 보면 어떨까?
▲ ⓒ연합

영남 물갈이 덕에 영남은 진공상태에 빠졌다. 총68석을 가진 거대 권역이자 한나라당의 본류인 영남의 중진그룹이 사실상 와해됐다. 박근혜 전 대표가 영남의 맹주로 남을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

그럼 영남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의석이야 새로 공천 받는 정치 신인들이 메운다지만 이들을 이끌면서 영남을 대표할 리더는 어떻게 세울 것인가?

여기저기 둘러보니 두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강재섭 대표와 정몽준 의원이다. '급'으로 따지면 공천 탈락한 다른 영남 중진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한 사람들이 아니다. '코드'로 따지면 이명박 대통령이나 이명박계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바로 이 점이다. 영남 물갈이로 존재감이 더욱 확실해진 강재섭 대표와 정몽준 의원이 '포스트 박근혜'를 자임하고 나설 수 있다.

되돌아보면 맥이 같다. 2004년 17대 총선 전에도 영남의 현역 의원 탈락율이 43.7%에 달했다. 이번과 같은 수치다.

당시의 물갈이 명분은 '구당'이었다. 탄핵 역풍으로 존폐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을 살리기 위해선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논리가 물갈이 엔진 역할을 했다. 여기에 차떼기 정당으로 낙인찍힌 2002년 대선의 악몽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구시대 인물은 뒤로 빠져줘야 한다고 했다.

결과는 명징했다. 이회창 총재가 장악했던 영남 지도력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로 넘어갔다. 한나라당의 본류인 영남에서 주류세력이 교체된 것이다.

물갈이 뒤 끝에 떠오르는 '포스트 박근혜'

이번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개혁 공천에 맞서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절박성만 놓고 따지면 17대 총선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한나라당은 여전히 30%포인트 넘게 민주당을 앞서고 있다. 그런데도 17대와 똑 같은 폭의 물갈이를 단행했다.

결과는 또 한 번의 영남 주류세력 교체다. 박근혜 전 대표에서 '포스트 박근혜'로….

다른 점이 있긴 하다. 17대 때의 영남 주류 교체가 이회창 총재의 퇴진으로 자연스럽게, 그리고 평화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번엔 그렇지 않다. 4년 전에는 박근혜라는 한 인물에 지분이 일괄 이양됐지만 이번엔 강재섭 대표와 정몽준 의원으로 반분돼 양도된다. 그래서 영남의 대표주자가 아니라 각각 TK와 PK의 대표주자로 역할과 권세가 제한된다.

이명박계로선 나쁜 구도가 아니다. 영남 주류의 교체를 통해 수도권과 영남의 어정쩡한 동거를 완전한 한 집안으로 바꿀 수 있다. 영남 주류가 반분됨으로써 특정인이 과도하게 크는 일도 막을 수 있다.

물론 역현상을 배제할 수는 없다. 수도권을 대표하는 이재오 의원과 영남의 강재섭 대표·정몽준 의원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 당이 시끄러워진다.

그래서일까? 이상득 의원의 공천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절실하다. 국정에 전념해야 하는 자신이, 게다가 '여의도식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이 분할구도를 관리하고 조정하는 건 여간 번거롭고 수고로운 일이 아니다. 이상득 의원이 이 일을 대신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피를 나눈 형제다. 게다가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 원로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이상득 의원보다 더 적합한 인물을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상에 설계변경 않는 설계도는 흔치 않다. 당장 당내에서 이상득 의원 자진사퇴 주장이 나온다. 영남 물갈이, 특히 영남 중진 탈락의 주요 기준이었던 '나이'를 지렛대 삼은 주장이다.

이명박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작지만 중요한 관찰 포인트다. 그 여하에 따라 설계 변경의 폭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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