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12일 오전 김용철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삼성의 정ㆍ관계 및 법조계 로비 의혹을 조사했다.
특검팀은 김 변호사의 진술을 토대로 참고인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 뇌물이 오고 간 구체적 일시와 장소ㆍ방법ㆍ횟수 등 '로비 의혹'을 뒷받침할 구체적 입증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검팀은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이 로비 대상 공직자였고,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차명계좌 개설과 관리에 관여했다'는 지난 5일 천주교사제단의 폭로 내용에 관한 진술을 듣는 한편 지난해 11월 발표한 '떡값 검사' 명단에 대해서도 진술을 청취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서류봉투 1개를 지참하고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취재진에게 "로비에 관해 전반적인 자료를 준비해 왔다"고 말한 뒤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그는 "(사건의) 본질은 떡값이 아니다. 국세청이나 금감원 등이 제대로 작동했으면 차명 계좌나 차명 주식이 가능했겠느냐"며 "거대한 부패에 왜 눈을 감느냐. 본질적인 시스템이 문제다. 이번 수사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거대한 부패에 둔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철 변호인단'의 김영희 변호사는 "삼성그룹에서 정ㆍ관계와 법조계 등 다양한 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담당했던 임원들 중 핵심적인 30명 이상의 명단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명단에는 삼성 구조조정본부 외에 일부 계열사 임원들도 포함돼 있으며, 이들은 정부 부처.기관 등을 상대로 상시적으로 로비를 담당한 핵심 임원이라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는 "국회와 정치권도 있고, 국세청도 있다. '거기는 누가 담당했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작성했다"라며 "이런 부분을 조사하면 실체관계가 밝혀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제출한 것이다. 특검이 필요하다면 추가로 관련자를 소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검에서 차명계좌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던 일부 임원도 명단에 들어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김영희 변호사는 사제단 등이 공개한 기존의 로비 대상자 5명 외에 '추가 폭로'가 진행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 부분은 나중에 확인해 드리겠다"고 말해 추가 발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전체 로비 명단을 공개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특검의 수사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하며 사제단에서 전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삼성생명 본사에 대한 전날 압수수색에서 차명주식을 보유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현직 임원 10여명의 주식 배당금 내역이 기록된 전산자료와 전표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윤정석 특검보는 이와 관련, "법원에서도 차명주식 의혹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했을 것"이라고 말해 증거자료를 상당 부분 확보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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