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급 인사들의 발언이 취임 초반부터 잇따라 노동계의 질타 대상이 되고 있다. "공공부문 합리화는 역사의 방향"이라는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국노총 공공연맹이 "장관 퇴진"을 외친 데 이어 이번에는 공무원들이 이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다. (☞관련 기사 : MB-한노총의 '밀월', 싹도 트기 전 '삐긋')
이명박 대통령의 '공무원 머슴론'에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11일 "여건의 개선 없이 몸에 옷을 맞추라는 군부문화식 주장"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이라면 공무원 개개인의 '희생'을 요구하기보다 "관습과 경험을 내던지고 창의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
공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현재의 공직 사회의 시스템 속에 하위직이 과연 어떤 소신과 힘을 가지고 예산 낭비를 차단하고 창의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10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서번트(servant, 머슴)"라며 "말은 머슴이라고 하지만 과연 국민에게 머슴의 역할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인인 국민보다 앞서 일어나는 게 머슴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공무원 개개인에게만 책임 전가하려 한다"
"머슴 역할을 했는지 돌아보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노총은 "부정할 수 없는 원칙적 견해로 공무원 사회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될 대목"이라고 전제했지만, "현재와 같은 상명하복의 폐쇄적 구조 속에서 '머슴론'에 기인해 공직에 봉사와 희생만을 강조한다면 자칫 공직사회 전체의 사기저하와 더불어 하위직 공무원의 희생만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노총은 이어 "절대적 계급체계와 승진과 보직의 권력을 두루 갖춘 고위직의 권위 앞에서는 하위직의 창의적인 생각은 한낱 권력의 틀을 깨는 부담으로 작용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정책과 예산 집행에 있어 선진국 대비 2~3배의 결제라인이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늘상 강조하는 실용과 창의적 사고를 실현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
"공무원 신분이 보장되니 1조 원이 들어갈 사업에 2조 원, 3조 원이 들어가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이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도 공노총은 "공직사회의 층층이 쌓여 있는 계급의 병폐를 이해하려거나 개선하려고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공무원 개개인에게 잘못을 전가하려는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공노총은 "외형으로 보이는 공직사회에 대한 부정적 견해보다는 다양한 계급과 계열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직의 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그 속에서 불합리한 인사와 경제적 궁핍의 이중고에 묵묵히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하위직의 아픔도 이제는 깊이 아울러야 한다"고 이 대통령에게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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