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11일 오전 삼성생명 본사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50분께 수사관 6명을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있는 삼성생명 본사에 보내 주요 주주들의 소유 주식에 대한 배당금 지급상황 등에 관한 전산자료를 다운로드 받는 한편 관련 문서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수사관 2명을 삼성생명에 보내 비자금 관련 전산자료를 다운로드 받아 확보하는 형태로 압수수색한 적이 있지만 대규모 자료를 확보하는 '본격' 압수수색은 사실상 처음이다.
특검팀은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가 삼성생명의 주주인 전.현직 임원들의 명의로 주식을 `차명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포착해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윤정석 특검보는 "삼성생명의 법인주주 및 여러 개인주주들이 있는데 전.현직 임원들이 주주로 많이 올라와 있다. 그 사람들의 소유 주식에 관한 배당금 지급상황 등 관련 자료를 압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시중은행과 맞먹는 자산을 지녀 삼성의 '젖줄'로 불리는 회사이자 삼성 지배구조를 지탱하는 금융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참여연대 등은 지난해 말 이건희 회장 일가가 이 회사 주식의 16.2%(324만4천800여주)를 임원 명의로 보유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삼성측이 그룹 지배권 대물림을 위해 차명주식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차명주식을 이 회장 일가의 명의로 실명화할 경우 1조원 이상의 증여세 및 가산세 부담,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문제를 안게 된다고 지적했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후 김용철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른바 `떡값 검사' 명단 등 삼성의 정.관계 및 법조계 뇌물로비 의혹을 조사한다.
특검팀은 김 변호사로부터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이 삼성의 로비 대상 공직자였고,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삼성 차명계좌 개설과 비자금 관리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지난 5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폭로 내용에 관해 진술을 들을 방침이다.
특검팀은 삼성의 뇌물로비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진술과 증거자료를 확보한 뒤 김성호 후보자와 이종찬 수석, 황영기 전 회장 등 의혹 당사자들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 등을 검토, 추가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또 사제단의 '2차 폭로' 외에 지난해 11월12일 검찰총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현 대구고검장), 국가청렴위원장 등 검찰 전.현직 고위 간부가 떡값 검사 명단에 포함돼 있다는 '1차 폭로' 내용에 대해서도 진술을 들을 계획이다.
김 변호사는 특검팀에 삼성 관계자 등의 진술이 담긴 전화 녹취록과 '떡값 로비' 관련자 40여명의 명단 등 관련 문서를 제출할 지 여부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떡값 로비' 의혹은 김 변호사의 진술 수위와 증거자료 제출 여부에 따라서는 검찰 수뇌부와 고위급 관료들에 대한 전면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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