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 윌 비 블러드 | |
<가족의 탄생>을 만든 김태용 감독과도 비슷한 얘기를 나눴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니까 미국 감독들은 너무 행복하겠다고 그에게 말했다. 수상작들이 죄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나 <어톤먼트>말고 <데어 윌 비 블러드>도 업톤 싱클레어의 '오일'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니까. 김태용 감독은, 거기에 비해 여기는 감독들이 '쌩으로'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면서 그 고통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워낙 조용한 성격이고 대화도 자분자분 하는 스타일이어서 살짝 미소까지 지으며 한 얘기이긴 하지만 김태용 감독의 말은 그냥 지나쳐 버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서점에 나가 수도없이 새로 만나게 되는 작품들은 일본소설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왜 이리도 계속해서 써대는지, 기리노 나쓰오는 또 어떻고, 일본 작가들은 다들 미친 것 같다고 생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작품들이 나올 때마다 덜커덕 판권계약을 하는 쪽은 바로 국내 영화계다. 따지고 보면 <올드보이>도 일본 것, <권순분여사 납치사건>도 일본소설 '대유괴'의 번안판 영화였다. 국내에는 언제부턴가 영화제작의 '샘물'같은 역할을 할 '소설이 죽어버린 것'이다. 김태용 감독은 그래서,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제작지원만 할 것이 아니라 소설창작 지원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영진위가 할 수 없으면 문화콘텐츠진흥원 같은 기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영화계가 위기라느니 어쩌느니, 얘기가 많지만 궁극적으로 그 원인은 인문학의 뿌리가 흔들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 소설이 인기를 얻고, 소설가가 힘을 얻을 때 영화가 비로서 다양한 얘깃거리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새학기다. 아이들이 영화를 많이 보기를. 그보다 도서관이든 학교 벤치든, 빈 강의실에서든 아이들이 항상 책을 끼고 다니며 독서삼매경에 빠져들기를 바란다. 영화의 미래는 아이들의 책읽기에 달려있다는 말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 글은 영화주간지 '무비위크'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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