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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영상' 징계한 靑기자단, 그들은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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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돌발영상' 징계한 靑기자단, 그들은 정당한가?

[김종배의 it] 기자는 파수견인가 속기사인가?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YTN 기자를 징계했다. 출입정지 3일이다.
  
  징계 사유는 상호 신의의 원칙을 저버렸다는 것이다. YTN이 '돌발영상'을 통해 방영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은 '백그라운드 브리핑'으로서 비실명 보도를 전제로 한 것인데도 브리핑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 취재원과 맺은 신의를 깼다는 것이다.
  
  과연 타당한 징계일까?
  
  얼핏 보면 그런 측면이 있다. '백그라운드 브리핑'은 공식 브리핑과는 성격이 다르다. 기자들의 취재와 이해를 돕기 위해 편하게 배경을 설명하는 브리핑이다. 그래서 비실명 보도를 전제로 한다. 이런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백그라운드 브리핑'은 성립할 수 없고 기자들은 '맥락'을 취재할 수 없게 된다.
  
  결과만 놓고 보면 '돌발영상'은 이런 묵계를 깼다. 이동관 대변인의 모습과 발언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상호 신의의 원칙을 위반해도 크게 위반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 이런 형식적 사유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가르는 중요한 잣대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수긍하기 어렵다.
  
  문제가 된 브리핑엔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 로비 명단을 발표하기도 전에, 로비 내역이 어떤 것이었는지 공개하기도 전에 이동관 대변인은 "근거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논평을 내놨다.
  
  이미 공론화가 된 사안이다. 상당수 국민이 과연 청와대가 정밀 검증을 하고 그런 논평을 내놨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이동관 대변인의 사전 논평이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검증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바로 이것 때문이다. 상호 신의의 원칙 못잖게, 아니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했어야 할 가치가 국민의 알권리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돌발영상'이 브리핑 현장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국민은 중요한 대목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YTN의 '돌발영상'을 이렇게 성격 규정하면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징계 사유는 설득력을 잃는다. 기자와 취재원 간의 상호 신의의 원칙을 앞세워 국민의 알권리에 일조한 보도물을 징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징계 주체의 적격성도 인정하기 어렵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징계엔 전제가 깔려있다. YTN은 잘못했고 다른 출입기자들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전제다. 그렇지 않고서야 누가 누구를 징계할 수는 없다.
  
  그럼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어떤 근거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걸까?
  
  관행이다. 마감 시간을 감안하고 대변인의 일정을 고려해 사전 브리핑을 하는 건 관행이라고 한다. 그래서 문제의 사전 브리핑도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고 한다. 아울러 문제가 되고 있는 삼성 로비 명단도 청와대가 사전에 대략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논평을 받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럴까?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 걸까?
  
  관행이라고 해서 정당화될 수 있느냐는 빈 반론 따위는 펼 생각이 없다. 청와대가 삼성 로비 명단을 사전 파악했을 개연성도 부인하지 않는다(물론 어떻게 사전 파악했는지는 의문이지만).
  
  하지만 이 문제는 두고두고 곱씹을 문제다.
  
  청와대가 삼성 로비 명단을 사전 파악했다 하더라도 브리핑 여건이 완결됐던 건 아니다. 기자들이 몰랐기 때문이다. 설령 기자들도 로비 내역을 사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브리핑 시점에서는 공식 발표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설'에 불과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사전 브리핑은 반쪽짜리로 그칠 수밖에 없다. 의혹을 부인하는 쪽의 일방적 주장만 나올 뿐이지 기자들의 송곳같은 추궁성 질문은 성립할 수 없다.
  
  사제단에서는 이종찬 민정수석이 삼성에 직접 와서 휴가비를 타가고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가 김용철 변호사로부터 직적 금품을 받았다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근거 없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었느냐고 경위를 캐물을 수 없다. 경위를 캐물을 수 없으니까 청와대 검증의 정밀성을 따질 수 없다. 아무리 노력해야 "어떻게 조사했느냐"는, 지극히 평범하고 추상적인 질문 외에는 던질 수가 없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사전 브리핑이 비판 받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경위 파악, 진실 규명의 통로로 활용했어야 할 브리핑을 일방적 전달의 장으로 변질시켰다는 데 있다. 사실을 규명하고 발표를 검증하는 파수견이 아니라 받아적기에 바쁜 속기사의 모습으로 기자의 역할을 한정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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