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워질 당시는 우리 식으로 하면 서대문 밖 성곽 비탈진 곳이었는데 지금은 도심 한 복판이 되었다. 시청 광장에서 보면 바로 건너편에 하늘 높이 올라간 롤러코스트가 보이고 그 놀이기구를 탄 사람들이 지르는 함성이 도심의 잡답 위로 들려오기도 한다.
덴마크 사람들에게 코펜하겐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을 물어보면 어김없이 티볼리를 권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처음 코펜하겐에 도착해서는 그런 곳이야 아이들이나 가는 놀이공원이겠거니 하고 지나치기만 했다. 놀이공원이라면 우리나라에도 있을 만큼 있으니까 말이다. 티볼리가 덴마크 사람들에게 소중한 곳임을 깨닫게 된 것은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티볼리는 지을 당시부터 이국적인 취향을 풍기는 공연장, 밴드 스탠드, 연주회장, 식당, 카페, 철따라 꽃이 피는 화려한 정원, 연못, 놀이기구, 유아 놀이터 등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를 갖추었는데 기본 틀은 지금도 여전하다.
여름철이면 연주장과 공연장에서는 유명 연주가의 연주와 인형극 등 각종 공연이 줄을 잇고 매일 밴드공연과 퍼레이드가 있으며 정원을 아주 아름답게 가꾸어서 그곳에 피어나는 꽃만 해도 훌륭한 볼거리가 된다.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수많은 식당은 최고급부터 아주 저렴한 곳까지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다. 또 금요일 저녁에는 무료로 재즈나 록밴드 연주, 세계적인 팝가수의 공연과 함께 댄스파티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티볼리에서는 갓난아기부터 노인들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으니 덴마크인 누구나가 사랑하는 공간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아이 때 가고 커서는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가고 그 다음은 손자를 데리고 가는 곳이 티볼리다. 노인들은 좋아하는 식당에 자기가 으레 앉는 자리가 있어서 티볼리가 문을 여는 철이면 아침마다 출근하여 종일 거기서 시간을 보내는데 만일 누가 모르고 그 자리에 앉으면 섭섭해 할 정도라고 한다.
우리가 놀이공원이나 유원지 하면 떠올리게 되는, 어떤 획일화된 이미지와 상당히 격이 다른 티볼리는 코펜하겐을 방문하면 한번 가볼만한 곳이다. 도심이라 대중교통수단으로 가기에 편리하고 그 규모 또한 매우 인간적이다. 금싸라기 땅을 차지하고 있는 이 놀이공원을 도시 외곽으로 쫒아내지 않고 그대로 두는 덴마크인들의 정서도 같이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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