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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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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

[덴마크에서 살아보니ㆍ<21>] 왕립도서관, 그리고 블랙다이아몬드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중심이자 덴마크 국회의사당으로 쓰이고 있는 크리스천 궁에서 동쪽으로 난 협문을 통과하면 뜻밖에도 아늑한 정원이 나온다.

도시 한복판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소박하면서도 매력 있는 정원이다.

점심시간이면 근처의 사무실 직원들이 벤치에 앉아 햇볕을 쬐며 샌드위치를 먹거나, 오고가는 시민들 혹은 관광객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 왕립도서관 앞에서 본 풍경. ⓒ김영희

덴마크 철학자 키어케고어 동상이 있기도 한 이곳은 왕립 도서관 정원이고 이 정원을 마주하고 있는 고풍스러운 건물이 왕립도서관이다.

1648년 세워진 덴마크 왕립도서관은 그동안 내내 지금의 문서 보관소로 쓰이는 건물에 들어 있다가 1906년 여기에 새 건물을 지어서 옯겨 왔다. 독일에 있는 아헨 성당의 샤를르먄느 궁 채플을 본뜬 것이라 한다.
▲ 블랙다이아몬드. 옆으로 흐르는 운하의 물결이 이 건물 벽에 반사돼 빛난다. ⓒ김영희

이 왕립도서관을 지나면 길 건너 검정색 화강암과 유리로 된 거대한 빌딩과 마주치게 되는데 바로 '블랙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유명한 건물이다.

왕립도서관은 이미 1968년 한차례 확장을 시도했으나 여전히 비좁아서 신관을 짓기에 이르렀다. 1993년에 설계를 공모하고 1996년 시작해서 1999년 완공된 이 초현대적인 건물은 바싹 붙어있는 운하로 앞이 쏠려있는 마름모꼴 모양 때문에 '블랙다이아몬드'로 불리게 되었다.

코펜하겐 운하를 일주하는 관광 배를 타면 정면에서 이 건물을 볼 수 있는데, 운하의 물결이 이 건물 검정벽면에 반사되어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모습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이 7층짜리 신관 1층에는 카페, 식당, 서점, 400석의 연주회장 등이 들어있고 1층부터 천정까지 훤히 뚫린 공간 양쪽으로 매 층마다 물결모양의 발코니가 벽 구실을 하고 있다.

헤닝 라슨이라는 덴마크 건축가가 설계한 이 블랙다이아몬드는 20세기 말의 기념비적인 건축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코펜하겐 시민들의 자랑거리로 자리 잡았다.
▲ 블랙다이아몬드 내부 풍경. ⓒ김영희

구관과 신관은 여러모로 대비가 되는데 구관이 도서관 기능에 충실한 반면 신관은 복합 문화공간을 갖추고 있고, 구관이 땅 위에 굳건히 서있는 고전적 건물이라면 신관은 마치 운하 위에 떠있는 듯 보이는 초현대적 건물이다.

신관 건물의 2층에는 차도 위로 구관과 연결되는 통로가 나 있다. 구관으로 들어서면 책상마다 초록색 램프가 켜진 옛 모습 그대로의 열람실을 사람들이 지금도 이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어 흥미롭다. 과거와 현대가 연결되는 이 통로를 통해 서로 다른 두 건물을 왔다갔다 하다보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옛 건물이 좁다고 해서, 낡았다고 해서 또는 시대에 맞는 기능을 못한다고 해서 헐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옛 건물대로 잘 보존하면서, 거기에 현대의 건물을 덧붙이는 지혜를 우리나라 건축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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