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복판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소박하면서도 매력 있는 정원이다.
점심시간이면 근처의 사무실 직원들이 벤치에 앉아 햇볕을 쬐며 샌드위치를 먹거나, 오고가는 시민들 혹은 관광객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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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철학자 키어케고어 동상이 있기도 한 이곳은 왕립 도서관 정원이고 이 정원을 마주하고 있는 고풍스러운 건물이 왕립도서관이다.
1648년 세워진 덴마크 왕립도서관은 그동안 내내 지금의 문서 보관소로 쓰이는 건물에 들어 있다가 1906년 여기에 새 건물을 지어서 옯겨 왔다. 독일에 있는 아헨 성당의 샤를르먄느 궁 채플을 본뜬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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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왕립도서관을 지나면 길 건너 검정색 화강암과 유리로 된 거대한 빌딩과 마주치게 되는데 바로 '블랙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유명한 건물이다.
왕립도서관은 이미 1968년 한차례 확장을 시도했으나 여전히 비좁아서 신관을 짓기에 이르렀다. 1993년에 설계를 공모하고 1996년 시작해서 1999년 완공된 이 초현대적인 건물은 바싹 붙어있는 운하로 앞이 쏠려있는 마름모꼴 모양 때문에 '블랙다이아몬드'로 불리게 되었다.
코펜하겐 운하를 일주하는 관광 배를 타면 정면에서 이 건물을 볼 수 있는데, 운하의 물결이 이 건물 검정벽면에 반사되어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모습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이 7층짜리 신관 1층에는 카페, 식당, 서점, 400석의 연주회장 등이 들어있고 1층부터 천정까지 훤히 뚫린 공간 양쪽으로 매 층마다 물결모양의 발코니가 벽 구실을 하고 있다.
헤닝 라슨이라는 덴마크 건축가가 설계한 이 블랙다이아몬드는 20세기 말의 기념비적인 건축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코펜하겐 시민들의 자랑거리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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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관과 신관은 여러모로 대비가 되는데 구관이 도서관 기능에 충실한 반면 신관은 복합 문화공간을 갖추고 있고, 구관이 땅 위에 굳건히 서있는 고전적 건물이라면 신관은 마치 운하 위에 떠있는 듯 보이는 초현대적 건물이다.
신관 건물의 2층에는 차도 위로 구관과 연결되는 통로가 나 있다. 구관으로 들어서면 책상마다 초록색 램프가 켜진 옛 모습 그대로의 열람실을 사람들이 지금도 이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어 흥미롭다. 과거와 현대가 연결되는 이 통로를 통해 서로 다른 두 건물을 왔다갔다 하다보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옛 건물이 좁다고 해서, 낡았다고 해서 또는 시대에 맞는 기능을 못한다고 해서 헐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옛 건물대로 잘 보존하면서, 거기에 현대의 건물을 덧붙이는 지혜를 우리나라 건축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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