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두 편, 외화 다섯 편이 개봉하는 가운데 김응수 감독의 다큐멘터리 <과거는 낯선 나라다>,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데어 윌 비 블러드>는 꼭 한 번씩 챙겨봐야 할 걸작들이다. <과거는 낯선 나라다>는 추모 다큐멘터리들이 갖는 통상적인 전형성과 관습을 깨는 파격적 형식을 선보이고, <데어 윌 비 블러드>는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연출력이 이미 거장의 경지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이번 주 개봉작에는 연인들을 겨냥한 영화들이 많다. 왕가위 감독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나 <27번의 결혼리허설>, <잘나가는 그녀에게 왜 애인이 없을까?>와 같은 로맨틱 코미디들은 딱히 걸작이라 할 수는 없지만 장르에 기대되는 재미는 확실하게 제공하는 영화들이다.
. | 마이 뉴 파트너 감독 김종현 주연 안성기, 조한선 |
내사과 소속인 강영준 경위(조한선)는 경찰 내부와도 깊게 연루된 마약 유통망을 쫓기 위해 부산으로 간다. 공조수사를 하게 된 파출소 풍기단속반에서 강영준은 8년간 연락을 끊고 지냈던 아버지 강반장과 만나게 되고, 어색하고 불편한 파트너쉽을 이루게 된다. 경찰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영준은 주먹구구 식의 육감수사를 하는 아버지 강반장의 수사가 못마땅하지만, 강반장은 연륜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나간다. 마약조직을 뒤쫓는 경찰 수사물의 형식을 띄면서, 경찰비리 때문에 좌천된 아버지와 그를 증오하던 아들 사이의 화해를 다루는 가족드라마이기도 하다.
. | 과거는 낯선 나라다 감독 김응수 |
1986년 신림사거리의 가야쇼핑 건물 옥상에서 반미 구호를 외치며 분신한 김세진, 이재호 열사를 직, 간접적으로 알고 있던 이들을 인터뷰하며 과거의 기억을 상처로 안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김세진, 이재호 기념사업회에서 의뢰해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욕망> 등을 만들었던 김응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학교를 다니며 두 열사가 분신했던 그 시위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그 날의 기억을 차분히, 그리고 세밀하게 들려준다.
. | 데어 윌 비 블러드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주연 대니얼 데이 루이스, 폴 다노 |
은을 캐던 광부 다니엘 플레인뷰(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어느 은광에서 석유를 발견한 뒤 석유를 캐는 정유업자로 변신하고 차근차근 부를 쌓게 된다. 석유가 있다는 정보를 듣고 어린 아들 HW와 리틀 보스턴으로 향한 그는 주민들을 설득해 일대의 땅을 사고 대지권을 획득해 석유 발굴에 나서고, 마을을 이끄는 광신적인 목사 엘라이 선데이와 격렬하게 대립하게 된다.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의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업튼 싱클레어의 소설 '오일!'을 영화로 옮겼다.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연기가 특히 빛나는 걸작.
. | 27번의 결혼리허설 감독 앤 플래쳐 주연 캐서린 헤이글, 제임스 마스덴 |
하루에도 두 탕씩 친구들의 결혼식에 들러리로 서는 제인(캐서린 헤이글)은 직장상사 조지(에드워드 번즈)를 짝사랑하는 중. 그러나 미모의 동생 테스(말린 애커먼)가 나타나 조지와 약혼을 해버리고, 소심한 제인은 아무 말도 못 해본 채 그들의 결혼식을 준비한다. 한편 결혼식 칼럼을 쓰는 기자 케빈(제임스 마스덴)은 제인을 흥미로운 칼럼 소재로 여기고 그녀에게 접근한다. <스텝업>을 연출했던 앤 플레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인기 TV 시리즈 <그레이 아나토미>에 출연했던 캐서린 헤이글과 <마법에 걸린 사랑>, <헤어스프레이> 등의 제임스 마스덴이 주연을 맡았다.
. |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감독 왕가위 주연 노라 존스, 주드 로, 나탈리 포트먼 |
남자친구와 헤어진 슬픔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엘리자베스(노라 존스)는 연인과 함께 가곤 헸던 카페의 주인 제레미(주드 로)가 만든 블루베리 파이를 먹으며 상처를 달랜다. 그러던 중 엘리자베스는 새로운 삶을 위해 훌쩍 멤피스로 떠나버리고,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뒤늦게 깨달은 제레미는 매일 그녀의 자리를 비워놓고 그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왕가위 감독이 미국에서 다시 찍은 <중경삼림>. 노라 존스와 주드 로는 물론 레이첼 와이즈, 데이빗 스트래턴, 나탈리 포트먼 등이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 | 잘나가는 그녀에게 왜 애인이 없을까 감독 슈 크레이머 주연 헤더 그레이엄, 브리짓 모나한, 토마스 카바나흐 |
뉴욕에서 광고회사에 다니고 있는 서른 살의 그레이(헤더 그레이엄)는 외과의사인 절친한 오빠 샘(토마스 카바나흐)과 함께 서로에게 애인을 찾아주기로 한다. 그레이의 도움 하에 매력적인 여성 찰리(브리짓 모나한)와 알게 된 샘은 만난지 하루만에 약혼을 하고 일주일 뒤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들러리를 서기로 한 그레이는 결혼식 전날 밤 찰리와 키스하게 되고,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 그리고 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헤더 그레이엄이 발랄하고 귀여운 그레이 역으로 매력을 과시한다.
. | 집결호 감독 펑샤오강 주연 장한위 |
중국인민해방군과 국민당의 가장 치열했던 전투인 1948년의 문하전투. 해방군 9중대 중대장 구지디(장한위)와 47명의 대원들은 퇴각을 명하는 '집결호'가 들리기 전까지 적의 진격을 막으라는 명령을 받는다. 모두가 전멸하고 홀로 살아남은 구지디는 집결호가 울렸으나 자신이 듣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47명이 모두 실종자 처리가 되자 그들의 시신을 찾아 명예를 회복시켜주기로 결심한다. <야연>의 펑샤오강 감독의 신작. <태극기 휘날리며>의 특수효과 팀이 참여하여 화제를 모았고, 중국 내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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