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중재 받고 여기서 파업 끝낼까요?"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발언에 고려대 안암병원 로비농성 중인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의 답변은 단호했다. 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가 19일 오전내로 '직권중재' 회부 방침을 밝힌 이후 노동계의 움직임이 긴박해 졌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보건의료노조는 19일 오전 9시 고려대 안암병원 로비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중노위의 '직권중재방침'과 병원사측의 '불성실교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직권중재를 회부할 경우 파업의 강도와 수위를 높이고 대정부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병원노조, "중노위, 직권중재 회부 발표 이후 사측 불성실 교섭 노골화"**
노동부 중노위(위원장 신홍)가 지난 18일 병원파업 장기화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를 이유로 19일 오전내로 직권중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뒤 병원노·사를 넘어 노동계와 정부·사용자 간의 대립전선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중노위 직권중재 회부 방침이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조만간 극적 타결이 되지 않냐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병원 사측이 지난 16일 제안한 최종안에 대해 병원노조측이 상당부분 양보한 수정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노위 발표 이후 18일 오후 3시에 예정된 실무교섭에 병원사측이 불참하면서 사태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병원사측은 내부 조율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1시간씩 교섭시작 시간을 늦춘 뒤 오후 7시에야 실무교섭을 시작했다.
하지만 교섭 시작 30분만에 정회가 선포되고 다시 오후 9시 교섭재개, 다시 15분만에 정회가 이뤄졌다. 결국 직권중재를 앞 둔 마지막 날 교섭이 채 3시간도 교섭하지 못하고, 어떠한 합의도 없이 결렬된 셈이다.
병원노조측은 "중노위 직권중재 회부 발언이 나오고 나서 병원 사측이 노골적으로 교섭에 불성실한 자세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직권중재회부시 대정부투쟁에 돌입할 것"**
18일 교섭이 결렬된 만큼 중노위의 직권중재 회부는 불가피하다. 중노위 한 관계자는 "정확한 시점은 회의를 해봐야 알겠지만, 오전 중에 결정이 나지 않겠냐"라며 직권중재 회부를 기정사실화 했다.
직권중재 회부가 기정사실화되자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한국의 노사정 관계를 파탄으로 모는 결정"이라며 극렬 반발하고 나섰다.
19일 오전9시 기자회견에는 이수호 위원장,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을 비롯 대부분의 민주노총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수호 위원장은 "직권중재는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가로막는 악법"이라며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킬려는 정부가 있는 한 노사정의 대화가 설 땅은 없다"며 정부의 직권중재회부 방침을 맹성토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정부가 직권중재를 발동하는 순간 한국의 노사정관계는 파탄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직권중재가 결정되면 다시 한 번 총력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29일 예정되어 있는 2차 총력투쟁을 23일로 앞당기고 전국 동시다발 불성실 규탄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2차 총력투쟁에서는 자동차 노조 등 금속산업연맹이 추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혜경 민주노동당 당대표를 비롯, 단병호, 현애자, 심상정 의원이 참석해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을 지지했다.
김혜경 대표는 "사측편향 중재로서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가고 이를 따르지 않는 노조간부들에 대한 공권력 행사로 이어지는 반노동자적인 폭력중재에 다름 아니다"라며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직권중재의 칼날을 휘두르려하고 있어 정부의 반노동자적 행태는 지난 정권과 전혀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단병호 의원도 "작년부터 산별교섭이 노정되어 있었는데 사측이 조금이라도 성실한 자세로 나왔으면 오늘의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도 지금껏 수수방관한 책임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비상중앙집행위원회를 연 뒤 11시 기자회견을 다시 열어 이후 투쟁방침을 발표하기로 했다. 윤영규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미결정이라고 전제한 뒤 "직권중재 결정시 응급실, 수술실, 신생아실을 제외하고 현재 일반 병실에 근무하는 최소인력도 파업에 결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