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영화 필름이 발견됐다. 한국영상자료원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1934년 제작된 안종화 감독의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제까지 가장 오래된 한국 극영화로 알려진 양주남 감독의 1936년작 <미몽>보다 2년 앞선 것으로, 복사본 필름이 아닌 질산염 재질의 원본 필름 형태로 발견되었다는 점, 현존하는 영화필름 중 유일한 본격 무성영화라는 점에서도 더욱 큰 의의와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된다. <청춘의 십자로>는 지난 2007년 7월 자료소장자로부터 확인 의뢰를 받고 6개월에 걸쳐 확인 조사 및 필름 복원 작업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발굴을 계기로 무성영화 시대 우리 영화의 형태와 수준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초기 한국영화 연구에 활력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그간 초기 한국영화의 발굴의 경우 주로 해외에서 자료를 수집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처럼 국내 민간인에게서 필름을 인수해 복원했다는 사례는 매우 희귀한 케이스로 기록될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훼손도가 심한 필름의 경우 국내 복원이 불가능해 <청춘의 십자로> 역시 일본 전문 아카이브 필름 복원 현상소를 거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는 지적이다.
<청춘의 십자로>는 배우로 활약하다가 감독으로 전업한 안종화 감독의 대표작으로, 서울로 상경해 뒷골목을 전전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농촌 총각 영복과 그의 애인 영희의 이야기를 통해 20세기 초 급격한 근대화를 겪고 있는 서울의 단면을 통속극의 형태로 그려낸 내용이다. 현재로서는 안종화 감독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12편의 연출작 중 유일하게 확인 가능한 작품. 1902년생인 안종화 감독은 <아리랑>의 나운규 감독을 영화계로 끌어들인 주인공이기도 하다. 무성영화 시대부터 큰 인기를 모았던 배우 이원용을 비롯해 <아리랑>에도 출연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배우 신일선과 제작자로도 활동한 박연 등이 주연을 맡았다.
<청춘의 십자로>는 오는 5월에 오픈되는 한국영상자료원 신청사의 개관 기념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돼 일반 대중에게는 5월 9일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