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과 일부 세력은 그렇다고 한다.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이 어제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재오 의원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정면 돌파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당 안에서 일고 있는 '계파 공천' 비판에 밀리지 않기 위해 이른바 '맞짱' 발언을 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그럴까? 정말 그렇게 봐야 할까? 수긍하기 어렵다. 앞뒤가 맞지 않고 계산이 서지 않는다.
'계파 공천'이라는데 웬 정면돌파?
진수희 의원이 '이재오 대표'를 언급한 어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발언이 나왔다. 강재섭 대표의 말이다. 그가 그랬다. 공천심사위의 '계파 공천'을 비판하면서 이런 공천에 앞장서는 위원을 교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재섭 대표의 이 말이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강재섭 대표의 말을 거꾸로 뒤집으면 한나라당 공천이 이명박계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명박계가 비교적 순탄하게 실익을 거두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마당에 굳이 평지풍파를 만들고 공천 불복 사태를 야기할 이유가 없다.
이재오 의원의 입장에서 봐도 그렇다. 오는 7월 당 대표 경선을 준비하는 그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우군'을 극대화하고 '적'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점을 기준으로 보면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 공천은 국회의원을 꿈꾸는 신청자 개개인에게 정치적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이런 예민한 문제에 강경 입장을 내보여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적대감을 키우게 할 이유가 없다. 갈등을 유발해 관심도와 몸값을 올려야 하는 '도전자'라면 모를까 느긋한 이재오 의원은 그럴 이유가 없다.
계산된 발언이라기보다는 얼떨결에 나온 발언이라고 이해하는 게 상식적이다. 진수희 의원의 화법을 봐도 그렇다. 진수희 의원은 인터뷰 내내 당내 계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했고, 당·청의 매끄러운 협조관계를 일반론 차원에서 제기했다. 이재오 의원의 대표 가능성에 대한 발언은 이 과정에서 뛰쳐나온 것이다. 그것도 "(이재오 의원이)그런 결심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라는 말을 전제로 한 것이다.
긁어 부스럼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속단하지는 말자. 진수희 의원의 발언이 일과성 해프닝이라고 진단한다고 해서 뒤탈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자동으로 성립되는 건 아니다.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진수희 의원의 발언을 접한 박근혜계 인사가 말했다. "진 의원의 발언은 현재 총선 공천이 당권을 장악하려는 특정 계파의 의도대로 가는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생뚱맞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문제를 삼겠다는 얘기다. 공천 결과에 따라 이명박계 또는 이재오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한 싸움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진수희 의원 발언으로 형성되는 갈등전선은 이것만이 아니다. '계파 공천'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 멘트를 날린 강재섭 대표도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박근혜계가 진수희 의원의 발언을 디딤돌 삼아 '계파 공천' 문제를 집중 제기할수록 강재섭 대표는 '계파 공천' 경고 발언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된다.
긁어 부스럼 양상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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