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만으로는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 즉 최소한의 수입 보장, 그리고 질병, 고령화, 실업 문제에 대한 사회적 안정망 구축과 아울러 평등하고 질 높은 공적 서비스(가령 의료, 교육)의 제공 등의 문제에 개입하여 조직적인 힘을 행사하는 나라를 통상 복지 국가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복지국가란 사회 안전망이 구축되고, 의료 서비스와 교육이 보장되는 국가를 말하는데 여기에 덧붙여서 인권이 보장되고, 민주주의 제도가 실시되어야 한다. 위의 세 요소가 얼마만큼 보장되는 가는 정치적 결정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교회의 자선에서 노동자, 농민 조합으로
복지국가 출현 이전의 유럽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 해결을 주로 교회에서 행하는 자선에 의지해 왔다.
19세기 초 이후 국가가 개입하게 되었는데,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전 유럽에서 진행된 산업화에 따라 노동자 계급이 탄생하고 임금, 실업, 주거, 의료 등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 까닭이다. (코펜하겐 시내에는 1870, 1880년대에 이 산업화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은 열악한 상태의 노동자들의 집이 아직 남아있다.)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즉 제도를 만들어서 해결하는 방법)과 혁명(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데, 덴마크는 농경국가에서 산업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아주 드물게 피를 흘리지 않은 나라라고 한다.
산업화 초기에는 농민, 노동자들이 각자의 조합을 만들어서 문제에 대처를 했고 1899년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 내어 마침내 당을 만들어서 국회에 내보낸 것이 오늘날의 사회민주당이다.
가족이 아닌 개인 단위의 복지
복지제도가 실시되는 단위에는 사회구조에 따라 가족 또는 개인이라는 두가지 단위가 있다. 덴마크는 개인 단위를 택한 나라다.
남녀 차별 없이 거의 전 국민이 일하는 덴마크에서는 개인이 낸 세금을 기초로 해서 개인단위로 복지혜택이 돌아간다. 전 국민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복지혜택은 소득을 재분배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1933년에 개선이 되었고 1960년에 노령 연금 제도가 도입됐다. 덴마크 복지제도의 특징은 시대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적응을 해나가는 점으로, 가령 20년 전 실업률이 높았을 때는 조기퇴직을 유도 했으나 오늘날 복지비용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이 높아지자 지금은 67세의 정년까지 일하도록 유도를 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이루어낸 바탕에는 농부, 노동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조합을 만들면서 형성한 강한 연대 정신, 평등정신, 협동조합 운동, 국민적 합의, 유연성 등이 있다.
무상 교육, 무상 의료…"문명의 위대한 성취"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서비스, 실업, 노후, 육아, 장애에 대한 보조와 제도적 뒷받침 등 삶의 각 단계마다, 고비마다 주어지는 각종 복지혜택은 덴마크인에게 인간적인 위엄을 보장해주고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난 삶을 가능하게 해 주고 있다. '덴마크의 복지제도를 두고 '문명의 위대한 성취' 라고까지 자찬하는 덴마크의 한 사회학자의 말이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다.
이런 복지제도의 재원은 세금이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높은 세율의 세금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누진율을 적용하는 덴마크의 소득세는 40~60% 에 이른다. 그 위에 부가가치세가 25% 붙는다. 가히 살인적인 세금의 나라다.
그러나 국민들은 높은 세금에 투덜거리면서도 꼬박 꼬박 정확히 세금을 낸다. 세금이 복지혜택이 되어 투명하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높은 세금에 기반한 복지, 부자에게도 좋다
또 세금포탈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 한 이유이기도 하다. 덴마크에서는 세금포탈을 가장 큰 범죄로 여기고 만일 세금포탈을 하면 어느 경로로든 확인이 되어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한다.
흔히 다른 나라에서 있을 법한 부자들이나 기업 경영인들의 조세 저항이 덴마크에서는 없는데 이는 사회적인 불안 비용을 따져보면 높은 비율의 세금을 기반으로 이루어 낸 복지제도가 부자들에게도 이익이 되고 경영인들에게도 경쟁력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상의료니까 서비스가 부실할 거라고?…천만에!
해외에서 근무하고 귀국한 한 덴마크인은 해외에 있으면서도 그렇게 많은 세금을 낼 때는 속이 상했으나 막상 귀국을 해서 모든 것이 보장되니 세금을 낸 보람이 있다는 말을 했다.
또 덴마크 회사에서 근무하는 우리 교민 한 분은 월급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떼어내니 처음에는 기가 막혔으나, 아이의 학교 교육은 물론이고 몸이 아파서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받은 의료서비스가 감동적이어서 그 다음부터는 세금에 대해 전혀 불만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모두가 자기 앞가림만 하려들면, 복지는 불가능하다"
최근에도 덴마크에서는 세율로 논의가 분분하다는 소식을 전하는 한 지인의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 개인적으로는 세금을 낮추면 좋겠다고 생각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세금은 더 내도 좋으니, '복지국가'를 유지 하자는 것이 중론이랍니다.
내가 68% 세금에서 어떻게 더 내려 하느냐고 면박을 주면, 남편은 '약자를 위해서'라며 아주 열변입니다. 모든 덴마크 국민이 자기 앞만 가리려 한다면 복지국가가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이곳 실정이 이렇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금이 너무 높다, 내기 싫다' 하지만 속마음으로는 자기들 개개인이 복지국가를 지탱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답니다.
이곳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자기들이 덴마크 복지의 원천이라고 자부합니다. 자기들이 없다면, 복지가 안 된다고 하는 그 말에 저도 동감을 합니다.
덴마크의 보통 사람들은 자기들이 낸 세금으로 변호사, 의사, 검사 등 사회의 모든 엘리트들을 '공부시켰다'고들 자부합니다.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은 상당한 행복감과 함께 남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필자 이메일 : kumbikumbi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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