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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이명박"

[홍성태의 '세상 읽기'] 진정한 '실용'과 '능력'이란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다.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자이지만 5년의 임기가 정해져 있는 유한한 권력자이다. 그리고 민주화의 결과로 이제는 사실 옛날처럼 막강하지도 않다. 그렇기는 해도 대통령은 5년 동안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선출직 공무원인 것은 틀림없다. 아무쪼록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여러 의혹과 우려를 불식하고 정직한 정치를 펼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정직한 정치를 펼치고 국정을 올바로 이끌 수 있을지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그가 제시한 대표 정책이 가장 커다란 우려의 원천이 되었으며, 또한 무엇보다 그가 내세운 대표 인물이 가장 심각한 근심의 근원이 되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제기되는 어떠한 비판에도 그의 답은 똑같다. '실용'과 '능력'이 그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체 무엇이 실용이고, 무엇이 능력인가? 경운기보다 느린 운하가 '실용'이고, 표절과 투기가 '능력'인가? 정녕 그렇다면, 이 나라는 이미 망한 나라가 아니겠는가?

나는 1965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내가 태어나기 100년 전인 1865년에 영국에서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이라는 수학자가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은 동화로 널리 알려졌으나 사실은 대단히 어려운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수학적 환상의 세계를 그린 영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며, 이 책에 대한 어려운 주석서들이 계속 출판되고 있다.

1955년에 토드라는 영국의 심리학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이라는 이론을 제창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현실을 왜곡되게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짧은 것을 길게, 긴 것을 짧게. 지금 이 나라에서는 이런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증후군'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이명박 운하'부터 살펴보자. 경운기보다 느린 운하를 경제적이라고 주장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비실용적이고 반경제적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인 관광객을 천만 명씩 운하 관광에 끌어들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인을 바보나 변태로 여기는 이 주장에 대해 그야말로 중국인들이 명예훼손 소송을 해야 할 판이다.

'이명박 운하'로 지구온난화에 대비한다고 주장한다. 멀쩡한 산과 강을 파괴하는 것이 지구온난화 대책이라니, 세계 최고의 황당한 이야기로 기네스북에 올려야 할 것 같다. 문화재도 파괴하지 않는단다. 숭례문이 땅을 치고 통곡할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바야흐로 이 나라가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가 되는 모양이다.
▲ 이명박 대통령은 한승수 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문제투성이 인물을 총리, 장관, 수석으로 임명하는 '악수'를 두고 있다. ⓒ연합뉴스

국무위원 내정자들을 둘러싼 논란을 보자. 한승수 국무총리 내정자는 집안으로서는 경사일지 몰라도 국가로서는 도무지 그렇게 보기 어렵다. 국보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본인의 화려한 경력은 사실 역사의 암울한 경력일 수 있다. 아무튼 한승수 내정자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직업이 장관이요 총리라고 할 수 있으니까.

더욱이 쉴 때는 '김앤장'이라는 국내 최대의 법률회사에서 고문의 직함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1년에 무려 1억1000만 원씩 사례비를 받았다. 그러나 한승수 내정자는 전혀 참신하지 않으며, 정책 능력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총리로 임명하려 하다니, 이명박 대통령의 능력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한승수 내정자에 대해 좀 더 얘기를 해 보자. 한승수 내정자의 아들은 LG CNS에서 병역특례로 근무하면서 5000만 원이 넘는 연봉을 받으며 200일이 넘게 해외 근무를 했고, 그 와중에 해외 골프 여행까지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비록 '신의 아들'이 되지는 못했지만 한승수 내정자의 아들은 그야말로 '황제 병역'을 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한승수 내정자의 아들이 병역을 마친 사연을 알게 되고는 나는 병역특례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쪽에서는 병역을 마치느라 죽어라 고생하다가 실제로 죽기까지 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고액 연봉에 해외 골프 여행까지 즐기며 병역을 마친다. 이렇게 차별적인 징병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가 세상에 또 어디에 있는가? '황제 병역'도 그저 '능력'일 뿐인가?

불안한 얘기는 계속된다. 오랜 주장을 하루아침에 바꾼 자들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조금 머쓱하게 되었다. 그보다 더 황당한 사례들이 계속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단 자신의 오랜 학문적 주장과 소신을 하루아침에 바꾼 자들은 잠시 옆으로 제쳐두도록 하자. 어떤 내정자는 제자의 논문을 표절하거나 공동 연구를 단독 연구로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다른 내정자는 중복 게재의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다른 내정자는 심각한 땅 투기의 의혹을 받고 있으나 '땅을 사랑했을 뿐 투기를 하지 않았다'는 말로 한국의 개그계를 평정했다. 또 다른 내정자는 전국을 무대로 땅 투기를 했다는 여러 증거들이 제시되자 새로운 정부를 위해 물러난다며 사퇴했다.

끝으로 냉전의 전사에서 통일부 장관이 될 비극적 또는 희극적 운명에 처한 또 다른 내정자에 대해서만 조금 더 얘기를 해 보자. 그는 국가안보를 크게 강조하면서, 정작 자기 자식들은 오래 전에 미국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도 '능력'일 뿐인가? 더욱 큰 문제는 그가 교수라는 사실이다.

1998년 9월에 경기대 교수가 된 그는 1982년부터 2007년까지 단 9편의 '학술 논문'을 쓴 것으로 학술진흥재단에 등록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최근에 쓴 것은 무려 1998년에 쓴, 정확히는 1998년 5월에 쓴 것으로 등록된 세 편이다. 다시 말해서 1998년 5월 이후 한 편의 논문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는 1998년의 논문들을 모두 '국내 전문 학술지'에 썼다고 등록했지만, 이 기록은 거짓이다. 경기대는 교수의 연구 업적을 관리하지 않는가? 경기대의 등록금은 얼마인가? 아무래도 경기대에 대한 감사가 필요할 것 같다.

'실용'도 좋고, '능력'도 좋다. 그러나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어떤 '실용'이고, 어떤 '능력'인가 하는 것이다. 표절, 논문 횡령, 중복 게재, 연구 업적 미달, 허위 등록, 투기 등이 '실용'이고 '능력'인가? 거꾸로 말해서, 이런 문제들을 지적하는 국민들은 모두 '비실용'적이고 '무능력'한가?

숱한 의혹과 비판을 받고 있는 내정자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모두 엄청난 '부자'라는 것이다. 그들은 대한민국 1%가 아니라 0.1%에 속하는 '부자'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온갖 잘못을 저질러서라도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면, 아무튼 그는 '실용'적이고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국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정직한 비부자들은 '비실용'적이고 '능력'이 없는 사람인가?

교수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이나 대다수 국민을 큰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투기를 '실용'이요 '능력'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가치 전도의 '실용'이요 '능력'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전도된 가치를 지닌 자가 국정을 좌우해서야 되겠는가?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잘못된 인사는 나라를 망치는 '망사'가 되고 만다.

이명박 정부는 가치 전도의 선진화를 추구하려고 하는가? 이명박 대통령 주위에 정말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있는지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 인사시스템이 있는지 더욱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라를 '이상한 나라'로 만들지 말고 한시바삐 잘못을 바로잡기 바란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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