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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놀이터'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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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놀이터'를 가다.

평화를 위한 작고 소박한 실천.

초여름의 더위를 식힐 수 있는 한강시민공원. 12일 오전11시 기대만큼 시원한 강바람이 부는 가운데 초·중등학생들을 위한 이색 놀이터가 마련됐다. 이른바 '평화놀이터'.

'평화놀이터'는 이라크 현지 모습을 세밀하게 전달하고, 파병반대·전쟁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중 하나인 '이라크평화네트워크'가 제도 교육이나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이라크 전쟁의 실상과 전쟁반대의 중요성을 자라나는 아이들과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공감하기 위해 지난달 22일부터 4주 계획으로 매주 토요일 만들어졌다. 이날은 평화놀이터 마지막 날.

이날 행사에는 1달여 동안 평화도보순례를 한 제천 간디학교 학생들 뿐만 아니라, 성미산 대안학교, 영남중학교 학생들 등 50여명의 초·중등학생들과 이들의 선생님이 참여해 3시간 정도 '맘껏' 이야기하고, 놀았다.

***팔루자 학살은 여전히 기억된다.**

오전 11시30분부터 시작된 이날 '평화놀이터'는 이라크평화네트워크가 만든 영상물보기로 시작했다. 영상물은 제도 언론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지난 2월 수백명의 이라크인들이 학살돼, 세계의 양심들을 분노케하고, 이라크 전쟁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팔루자 학살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국내에서도 팔루자 학살 소식이 전해지자 파병반대와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대한 성토가 크게 일었지만, 그로부터 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다시 파병강행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팔루자의 진실이 다시 어린 아이들의 머리와 마음속에 아로새겨지는 순간이었다.

***평화나누기, 이라크인 인사말 배우기, T셔츠 만들기, 평화 그림그리기...**

다소 무거운 영상물 상연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는 이내 이라크식 인사를 배우면서 다시 화기애애해졌다.

이라크평화네트워크의 임영신 평화활동가는 '평화'란 뜻의 '살람', '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란 의미의 '아 살라말레이 쿰'을 시범 보였다. 평화와는 거리가 먼 이라크 현지의 전쟁상황과 '평화'란 의미가 담긴 이라크인 일상언어 사이의 부조리를 아이들이 깨닫기는 힘들지만, 이라크식 인사를 여러번 따라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이라크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라크 아이들에게 보내는 T 셔츠 만들기도 인기가 있었다. 아이들은 하얀색 면티에 노란색, 파란색, 검정색 물감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이미지와 글귀들을 적어나갔다. 자기가 만든 셔츠를 수백마일 떨어진 이라크 어린이들이 입는다는 것이 선뜻 가슴에 와닿지는 않지만, 붓을 놀리는 고사리손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해 지는지 모르고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했던 기억이 있는 것처럼, 이날 평화놀이터에서도 아이들이 마음껏 흙장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조각가 김운성씨와 함께 각 자 마음속에 담긴 평화의 이미지들을 그래내기 시작했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주로 열심히 했는데, 어른의 눈으로는 선뜻 이해할 수 없지만, 각 자 마음속의 이야기를 흙으로 표현했다.

이날 놀이터에는 방송인 김미화씨와 창작판소리를 하는 '바닥소리'도 참여했다. 김씨는 우스개소리로 흙장난, 그림그리기 등으로 흩어진 아이들은 단번에 끌어모았다. 바닥소리의 시원한 목소리로 부른 강강술래에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이내 손에 손을 잡고 원을 만들었다. 10여분간 뛰어다닌 덕에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면서도 면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은 흥겨운 자리였다.

김미화씨는 어떤 전쟁도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철저한 전쟁반대론자다. 김씨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10여년전 내전으로 기아가 극심하던 에티오피아를 방문하고 나서라고 한다. 김씨는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낀다면 전쟁에 찬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아이들은 김씨의 말처럼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낄' 수는 없었지만, '평화'와 '전쟁'의 의미를 최소한 마음속 깊이 담아두는 듯 했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한 활동가는 "전쟁과 독재의 공포 속에 유년시절을 보낸 지금의 기성세대와 달리 평화와 사랑을 이야기 하는 아이들이 만들 이후의 세상은 좀더 평화롭고 따뜻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릴때 기억은 평생을 간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평화를 위한 작고 소박한 실천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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