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최근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63)씨를 전격 출국금지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특검팀은 그동안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 회장 일가가 그룹 내에서 조성된 비자금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인 단서를 포착하고 홍씨를 출금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철 변호사는 홍씨 등이 2002∼2003년 서미갤러리 등을 통해 해외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90억원 상당)'과 프랭크 스텔라의 '베들레헴 병원'(100억원)등 고가의 미술품들을 사들였으며 삼성 비자금이 구매 대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김 변호사는 검찰이 2003년 말 대선자금 수사 당시 정치권에 뿌려졌다는 삼성채권의 사용처를 추적한 결과 홍씨가 동서지간인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의 부인으로부터 그림을 사는 데 7억원 정도가 쓰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조만간 홍씨를 소환해 고가 미술품 구입 경위를 조사하고 그림 값으로 삼성채권이나 기타 그룹 내에서 조성된 자금이 쓰였는지 등을 추궁할 예정이다.
수사진은 우선 이날 오후 홍씨의 미술품 구매를 대행한 것으로 알려진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다시 불러 미술품 구매를 둘러싼 의혹 사항들을 면밀히 조사 중이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고발 사건 조사를 위해 김홍기(61) 삼성SDS 전 사장을 피고발인 자격으로 소환했다.
김씨는 2001~2003년 삼성SDS 사장을 역임한 뒤 현재 한 정보통신업체 회장으로 재직 중이며 이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ㆍ인수' 사건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해 BW 발행 경위와 가격산정 근거, 인수 과정 등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삼성SDS가 1999년 230억원 어치의 BW를 발행하면서 이재용 전무와 부진ㆍ서현씨,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6명에게 주당 7천150원에 판 것과 관련해 시민단체들이 회사 임원 6명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삼성 전현직 임원 1천800여명의 차명의심계좌 3천800여개를 대상으로 차명계좌 여부를 확인 중이며,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임직원들을 선별해 소환하고 있다.
수사진은 이날 차명계좌 의혹과 관련돼 있는 그룹 전직 임원 3명을 소환키로 했으며 오전에는 이들 중 삼성전직 삼성엔지니어링 상무가 조사를 받았다.
윤정석 특검보는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서는 가능하면 다 불러보는게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다 부를 수 없으니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을 추려서 조사하고 있다"며 "계좌 금액이나 명의자가 어떤 직위에 있었는지 등을 중요 판단기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차명계좌 확인을 위해 중요 인물을 선별해 소환 중인데다 경영권 승계 의혹의 하나인 '삼성SDS BW 고발 사건'의 피고발인 6명 가운데 5명이 조사를 받음에 따라 각 의혹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의심을 받고 있는 그룹 전략기획실 임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특검팀은 11일째 삼성증권 전산센터 압수수색을 벌이는 한편 이 회장 일가의 재산관계를 밝히기 위해 국세청으로부터 과세자료를 분석하고 있으며 부동산 소유 내역을 파악하기 위해 건설교통부와 행정자치부에도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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