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노홍철 씨가 정신이상 증세의 20대 괴한에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했다. 노홍철 씨의 빠른 쾌유를 바라는 마음은 그의 팬들과 한결 같다. 아래의 글은 국내 최고의 인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무한도전>과 <1박2일>에 대한 단상을 담은 것이다. |
판이 바뀌었다. <무한도전>에서 <1박2일>로 대세가 넘어갔다. <무한도전>의 광팬이었던 한 친구가 어느날 이렇게 말했다. "고백할 게 있어. 이제 나도 바꿀래." 얼씨구. 사람들 생각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팬도, 그냥 팬도 아니었지만 나 역시 최근들어 <무한도전>에서 <1박2일>로 말을 바꿔 탔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케이블TV 이곳 저곳에서 틀면 나왔던 <무한도전>이 슬며시 없어지고 <1박2일>로 대체되고 있다. 권불10년이고 화무십일홍이다. 花無十日紅. 그것 참 오랜만에 써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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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imbc.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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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두 프로그램을 번갈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한도전>이 <1박2일>에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런 말 하면 이상하지만, 그 이유는 <1박2일>이 <무한도전>에 비해 계급적으로 훨씬 올바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한동안 독주를 했던 이유는 한마디로 '찌질이'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덤 앤 더머 급 인간들이 무려 6명이나 나와서(이들이 진짜로 덤 앤 더머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연출됐다는 얘기다.) 쓰러지고 자빠지고, 벼라별 '유치뽕'스러운 임무를 완수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사람들에게 역설적인 위안을 주는 것이었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저런 못난 놈들이 있나. 하이고 이 세상에 나보다 훨씬 못나고 바보 같은 인간들도 있구나 등등. 사람들은 이들 6명에게서 삶의 위안을 얻었다. 이 세상 제일 가는 '찌질이'들도 살아갈 이유가 있으며,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명분을 줬다.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지지했던 것은 그때문이다. 그런데 <1박2일>은 영리하게도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여기도 출연진은 6명이다. 아마도 연출진은 <무한도전>에 대항하겠다는 의지로 똑 같은 팀을 만든 모양인데, 아무리 그래도 컨셉을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무한도전>만큼의 '못난이'들을 더 이상 찾을 수가 없었을 테니까. 그래서 이들은 '무의미한' 미션보다 '유의미한' 미션을 만들어 내는데서 차별성을 가져가려 한다. 예컨대 독도에 있는 군인들한테는 자장면을 만들어 준다든지, 가거도 섬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평소 먹을 수 없는 피자를 만들어 준다든지, 전남 영광에 있는 할머니들에게는 1년치 심부름을 해다 준다든지 등등.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찾아 긁어준다는 컨셉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이 왕위를 찬탈하게 한, 혹은 앞으로 그렇게 하게 할 절대적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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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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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결국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조차 아픈 사람이 누구인지, 목마른 사람이 누구인지를 제대로 아는 것이 인기를 얻는데 제일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하물며 TV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이런데, 다른 것은 어떻겠는가. 우리나라는 정말 한군데서만 잘하면, 정치판만 잘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울퉁불퉁 몸집의 강호동이 할머니에게 밥을 떠먹이며 '할머니 호동이표 비빔밥 어때요?'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저런 진정성이야말로 대다수 우리 국민들이 마음 속에 담아두고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정치인들만 잘하면 한국은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에, 오늘은 영화 얘기를 안하네?,라고 말할 분들이 있을까봐 끝마무리에 조금이나마 덧붙이려 한다. 지난 연휴기간에 제일 잘된 영화는? <6년째 연애중>도 잘됐고, <원스 어폰 어 타임>도 잘됐지만 역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제일 잘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 이제 400만을 넘겼다. 왜 이 영화가 잘됐겠는가. 이른바 사회에서 밀려난 루저(loser)들이 함께 뭘 해내려고 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그 의지와 마음 씀씀이에 사람들이 감동하고 있는 것이다. <우생순>이 흥행대박을 터뜨리는 것, <1박2일>이 <무한도전>의 인기를 앞지르려고 하는 것, 그 두가지는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사람들 생각은 비슷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글은 영화전문지 무비위크 최근 호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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