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대표를 뽑는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선거는 과열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출판의 미래를 위한 과제는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판계 대표 선거, 삼파전
대한출판문화협회 제45대 회장 선거가 오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하나대투증권 한마음홀에서 열리는 제61차 출협 정기총회에서 치러진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 박맹호 현 출협 회장(민음사 회장)과 백석기(공옥출판사 대표), 김종수(한울출판사 대표) 등 세 후보가 출마했다. 870여 회원사 가운데 지난달 21일까지 회비를 납부한 630여 회원사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며, 투표 참가자 가운데 과반수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
지난 2005년 당선돼 연임을 노리는 박 회장과 제43대 부회장을 지낸 백 대표, 처음 출마한 김 대표 등은 모두 출판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들이다. 그래서인지 지난달 25일 후보 등록을 마친 직후부터 선거 열기는 잔뜩 고조됐다.
회원 자격 논란…"대표 사임한 적 있는데"
그런데 최근 윤청광 동국출판사 대표 등 21명이 박맹호 현 회장의 출마 자격을 문제삼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문제를 제기한 측은 김종수 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박 현 회장이 2006년 7월 민음사 대표 직을 사임했다가 이듬해 3월 대표 직에 복귀한 것을 문제 삼았다. 출협 규정에 따르면, 출판사 대표에게만 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따라서 회원이 아닌 상태로 회장 직을 수행했으며, 이를 공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 현 회장 측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규정보다 상위 개념인 정관에 따르면, 회원 자격을 박탈하는 경우는 제명 혹은 자진 탈퇴뿐이라는 것. 출판사 대표에게만 회원 자격이 주어진다는 규정은 대학 출판부 등의 경우처럼 소속 법인 대표가 출판사 대표를 겸하는 경우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경우, 법인 대표가 바뀌었을 때, 전직 대표의 자격을 후임에게 자동으로 이월하기 위한 규정이라는 것.
투표권 논란…"만 6개월? 혹은 6개월?"
또 지난해 8월 가입한 회원사의 투표권 문제도 논란거리다. 정관에 따르면, 총회 6개월 전에 가입한 회원사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 현재 선관위 측은 이 조항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만 6개월 전에 가입한 회원사로 투표권자를 한정했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8월 말에 가입한 회원사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하지만 '만 6개월 이전'이라고 고집하는 것은 억지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말에 가입한 회원사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회원사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곁들여졌다. 특히 이런 주장을 하는 회원사들은 당초 오는 26일로 알려져 있던 총회 일정을 출협 측이 19일로 앞당겨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주장한다. 역시 비슷한 해석이 곁들여진 주장이다.
이에 대해 출협 측은 총회 일자를 26일로 공식화한 적은 없었으며, 26일은 행정적 고려에 따라 임시로 설정한 날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총회 일자를 19일로 결정한 시점은 올해 1월 3일인데,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은 억지라는 입장을 취했다.
"출판과 독서의 위기는 깊어가는데…"
한편 이런 논란에 대해 이번 선거가 출판계 앞에 놓인 보다 중요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도서 평론가 이권우 씨는 "현재 출판계가 힘을 모아 풀어가야 할 문제가 많다. 이런 문제들이 보다 밀도 있게 토론돼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전통적으로 출협 선거는 어린이 전집물, 학술 서적, 교양 단행본 등 가운데 일부를 대표하는 세력 간의 경쟁으로 치러져 왔다. 그래서 출판계 전체의 과제가 제대로 논의되기 힘들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출판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이 씨는 "좋은 책이 많이 나오고, 많은 독자들이 이런 책을 읽는 문화를 고양하기 위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과제는 인문학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절실해졌다는 게 이 씨의 생각이다.
"논문 수만으로 학자 평가하는 방식, 변해야"… "소자본 출판사에게 숨통을"
이 씨는 우선 출판 유통 구조의 후진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대 자본을 가진 출판사에게 유리한 구조를 깨야, 작지만 좋은 책을 내는 출판사가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는 "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의 수만으로 평가받는 문화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자들이 논문만이 아니라 책을 쓰도록 하는 유인 장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그는 "지난해 출협이 저작권 규정을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하게끔 하는 한미FTA에 반대 성명을 낸 적이 있지만, 그뿐이었다. 출판계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체로 둔감했다"라며 새로 선출될 출협 회장이 출판 및 독서 문화를 위협하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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