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붕괴된 숭례문 안에서 잔해 처리 작업이 시작되고 현장 실측이 진행되는 등 복구를 위한 작업이 하나둘씩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재현장에 남은 잔해들을 매우 신중하게 처리해야 하며 사용할 수 없는 부재라도 문화재라는 생각으로 철저히 보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화재청도 이에 따라 14일부터 폐자재의 현장 방출을 중지시키고 장내 분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 탄 부재도 보존해야 = 숭례문 현장에서 잔해 처리 작업을 지켜본 고건축 전문가인 윤홍로 문화재위원은 "작은 부재 하나도 신중하게 반출되도록 하고 있다"며 "불 탄 부재도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만큼 보관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은 "현장에 있는 부재 중 쓸 수 있는 부재는 활용하고 그렇지 않은 부재도 박물관 등의 장소에 전시해 교육적 차원에서 활용하자는 것이 문화재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일본도 법륭사 화재 잔해들을 박물관에 전시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위원인 김홍식 명지대 교수도 "발 빠른 사고수습과 '흉물'을 치운다는 차원에서 현장 주변에 어지럽게 놓인 각종 건물 부재를 쓰레기 치우듯 해서는 안된다"며 "전통건축물이 화재를 만났을 때 어떤 부재가 어떠한 피해를 얼마나 보고, 어느 방향으로 붕괴되는지 등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 기록에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목재 전문가인 박원규 충북대 교수는 "이미 숯으로 변한 목재라도 연륜연대 측정이 가능한만큼 화재 후 남은 목재에 대해서도 성분과 연대 조사 등을 실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폐부재 반출하다 '화들짝' = 현장 정리 과정에서 훼손된 부재 일부를 외부로 반출하던 문화재청도 신중한 부재 처리에 대한 의견이 잇따라 제시되면서 이날부터 폐자재의 현장 방출을 중지키로 했다.
문화재청은 "훼손 부재 중 재사용 여부와 학술적 가치 유무, 복원시 참고가치 유무 등을 분류 기준으로 정해 처리키로 하고 현장에 문화재위원과 문화재청 직원을 고정 배치해 반출을 차단하고 있다"며 "앞으로 훼손 부재 선별 작업을 더욱 더 엄격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범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장은 "현장에서 수습된 부재를 대상으로 장력 검사 등을 통해 재사용 가능 여부를 신중하게 가리고 재사용이 안되는 부재도 별도의 보관장소를 정해 향후 전시ㆍ학술연구 목적으로 적극 활용토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02년 산하 한국전통문화학교에 부재보관소를 신설해 국보ㆍ보물급 주요 문화재의 해체, 보수 과정 등에서 나온 부재들을 보관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1960년대초 숭례문 해체 보수 과정에서 발생한 기와류 350점과 목부재 37점을 비롯해 경복궁 근정전, 전주 객사 등에서 나온 부재 800여점이 보관돼 있다.
부재보관소 담당자는 "문화재 해체 과정에서 나온 부재도 문화재의 일부로 보는 것"이라며 "전시 형태로 보관하고 있지는 않지만 신청에 따라 교육이나 학술적인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현장 처리 이후 절차는 = 화재 발생 5일째를 맞은 숭례문 화재 현장에서는 현재 잔해 처리와 함께 화재 감식과 문화재 실측 현황 조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외부 실측조사기관과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함께 수행하는 실측 조사는 현장정리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되며, 앞으로 어느 수준으로 복구 작업을 펼칠 지를 결정하는 데도 자료로 활용된다.
윤홍로 위원은 "석축과 1층 부분은 대부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1층을 부분 해체해 복구할 지 등의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복구 계획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면 이후 사업자가 선정돼 정밀 실측도면을 바탕으로 부재 확보, 기와 제작, 구조물 축조, 단청 입히기 등의 본격적인 복구 작업에 들어간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