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가장 부패한 외교관', '부모님의 후광에 힘입은 복동자' 라는 IOC 위원들에 대한 수식어가 그 선입견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그와는 다른 성격의 IOC 위원들도 꽤 많다. 올림픽에 출전한 뒤 IOC에 입성한 경기인 출신의 '자수성가형' IOC 위원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난 2005년 IOC 위원 자격을 얻은 뉴질랜드의 바바라 켄달(40). 댄스스쿨 강사 출신으로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켄달이 베이징 올림픽에 선수로 출전한다. 이는 현역 IOC 위원으로 4번째 올림픽 선수 출전이기도 하다.
켄달의 올림픽 도전은 이번이 무려 5번째. 그녀는 최근 뉴질랜드에서 열린 1인용 윈드서핑 종목인 RS: X 세계대회에서 2위를 차지해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그녀는 세계대회 직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은 내가 중국에 가서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얘기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윈드서핑을 하고 싶다는 내 열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력은 세계 정상급이지만 메달 색깔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치열한 국가간 경쟁으로 빛이 바라기는 했지만 이는 110여년 전 쿠베르탱 남작이 올림픽 구상을 할 때 내세웠던 명분과도 일치한다.
켄달은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윈드서핑 부문 금메달을 땄고, 그 뒤 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다. 남편 쉐인 브라이트는 켄달의 코치이며, 그의 두 딸은 켄달에게는 최고의 팬.
물 위에서는 바람을 가르는 '윈드서핑의 여왕'으로 불리는 켄달. 하지만 그녀는 물 밖에서의 활동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켄달은 지난 해부터 AIDS(후천성면역결핍증)과 약물복용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선수들의 목소리'라는 프로그램을 전파하고 있다. 현재 오세아니아 선수위원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그녀의 IOC 내에서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켄달은 가장 인구가 적은 대륙이면서도 국가간 거리가 멀어 체육행사를 갖기가 어려운 "오세아니아 선수들을 국제무대에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켄달처럼 경기인 출신의 IOC 위원을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보자는 움직임이 최근 일고 있다. 한국 탁구를 세계에 알린 '사라예보의 여왕' 이에리사 태릉선수촌 촌장이 IOC 위원에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한 국가의 IOC 위원으로 타당하냐에 관한 문제는 그 국가가 가지고 있는 '시대정신'에 따라 바뀐다. 하지만 한 가지 룰은 있다. 좀더 다양한 계층의 인사가 골고루 분포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 외교'는 반드시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의 '계산' 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 빈 자리는 실제 경험과 열정을 갖춘 경기인들이 채워야 한다. 115명의 현역 IOC 위원 가운데 올림픽 출전경험이 있는 선수 출신 위원이 44명이나 된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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