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동의안이 회의실까지 바꿔가며 상정된 13일, 미국 의회는 "조기 비준 계획이 없다"며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각) 민주당 소속 샌더 레빈 미국 하원 세입세출위원회 무역소위원회 위원장은 방미 중인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 "한국 국회가 한미 FTA를 2월 혹은 그 이후 빠른 시일 안에 비준시키더라도, 미 의회가 그에 발 맞춰 한미 FTA를 조기에 비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빈 위원장은 "(한국 국회가 비준동의안을 처리한다 해서) 한미FTA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레빈 위원장은 "부시 행정부가 민주당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는 만큼 (한미 FTA 비준은) 미국 대선이 끝난 뒤 대외 정책을 전면 재검토한 뒤 처리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소속 필 헤어 미국 하원 의원도 이석행 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현재 미 의회의 최대 관심사는 미-콜롬비아 FTA이며, 올해 안으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미 의회에 상정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헤어 의원은 또 "현재 체결된 한미 FTA가 그대로 미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미국 측의 이 같은 입장은 비준동의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는 국내 상황과는 전혀 딴판이다. 이명박 당선인과 한나라당 측은 2월 임시국회 내에 동의안을 본회의까지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 아래 비준동의안 처리에 조급증을 내고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동의안 상정을 막기 위해 회의실을 점거하고 있는 탓에 한 차례 상정이 무산된 이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회의실까지 옮겨가며 이날 오전 비준동의안을 끝내 상정했다.
한편, 한미 FTA 저지를 위해 지난 11일 출국해 방미길에 오른 이석행 위원장은 존 스위니 미국노총 위원장과 만나 오는 7월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반 FTA 공동행동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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