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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풍물시장이 임시휴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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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풍물시장이 임시휴업한 이유

서울시 풍물시장개장 이후 약속 외면

동대문 풍물시장. 지난해 12월 청계천 복원 공사로 인해 청계천에서 동대문운동장으로 일터를 옮긴 9백61명의 상인들이 모여있는 곳. 7일 현재, '하루벌어 하루먹는다'는 이들이 일손을 멈추고 머리띠를 메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이 생업을 멈추고 머리띠를 동여 맨 이유는 뭘까.

수십년간 '피눈물나는 노력'으로 일궜다는 상권을 하루아침에 '개발'이란 이름으로 서울시에 넘겨준 동대문 풍물시장 상인들이 생업을 멈추고 투쟁에 나선 이유는 당초 서울시가 이전을 두고 한 약속들을 하나같이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대문운동장 내 견인주차장, 순환버스 정유장으로 탈바꿈**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공사로 인해 일터를 잃은 청계천 상인들에게 몇 가지 약속을 했다. 그 중 하나가 동대문운동장의 견인주차장을 노점상들에게 제공하기로 한 것.

견인주차장은 당시 민간 소유였기 때문에 서울시는 계약이 종료되는 6월1일 노점상 측에게 모두 넘겨주기로 했다. 청계천 노점상들은 서울시의 이러한 약속을 '믿고' 수십년간 정든 청계천을 떠나 동대문운동장으로 입주하게 됐다.

지난 6월2일 아침, 개장을 하기 위해 동대문 풍물시장을 찾은 노점상은 어이없는 광경을 목도한다. 서울시가 2일 새벽을 기해 견인주차장 부지 둘레에 아크릴 바리케이트를 설치한 것이다. 자초지종을 찾던 동대문 풍물시장 노점상들은 서울시가 자신들에게 주기로 했던 견인주차장 부지를 순환버스 정유장으로 변경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초 청계천을 떠나올 때 많은 것을 잃어버리면서도 그나마 목에 풀칠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상권을 준다는 서울시의 약속을 철썩같이 믿고 있던 노점상들은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부터 동대문 풍물시장은 하던 판매를 모두 멈추고, 머리띠를 묶게 됐다.

한 상인은 "버스정유지가 들어오면 매연 때문에 제대로 장사를 할 수 있겠냐"고 항변했다. 순환버스 정유장이 들어오면서 상인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는 비단 매연만이 아니다. 현재 풍물시장은 동대문운동장 내 트랙을 따라 형성이 되어 있는데, 정유장이 들어오게 되면, 트랙의 상당부분을 버스 이동로로 내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인들의 영역이 대폭 줄어드는 셈이다.

상인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이러한 조치에 대해 서울시는 부서간 업무공조가 제대로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전국노점상연합에 따르면, 동대문 풍물시장 관리를 맡고 있던 서울시 산하 건설기획국이 순환버스 정유장 건설을 추진하는 교통국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국빈민연합 최인기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서울시가 부서간 업무공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잘 몰랐다는 말을 누가 믿을 수 있겠냐"며 반문했다. 그는 보다 본질적인 이유로 "청계천 복원공사를 위해 일단 청계천 상인들을 일단 옮겨놓고 보자는 행정편의주의적 태도"를 지적했다.

***전기-물-화장실. 영업을 위한 기본 인프라도 갖추지 못해**

견인주차장 임대 약속 뿐만 아니라 동대문 풍물시장 상인들은 서울시가 지키지 않은 약속은 이밖에도 여러 개라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동대문풍물시장을 개장하면서 상인들에게 원활한 판매행위를 보조하기 위해 전기-상하수도시설, 화장실 증축, 눈·비 가리개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동대문풍물시장이 개장한 이래 반년이 넘도록 대부분의 상인들은 인근 상가에서 전기를 끌어오고, 화장실에서 물을 받아 영업에 사용하고 있다.

전자제품을 팔고 있는 이영숙씨(37)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카세트 등을 시험할 수도 없어, 판매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한다. 이씨는 "가동이 되는지 확인도 안되는 제품을 누가 사가겠냐"고 반문했다.

이씨 뿐만 아니라 음식을 파는 대부분의 상인들은 요리용 물을 화장실에서 받아쓰고 있다. 화장실은 단 두 곳뿐. 순대, 국밥 등을 팔고 있는 김 모씨(43)는 "화장실에는 물을 받기 위해 서 있는 상인들로 항상 북적거린다"고 말한다.

화장실 물을 받아서 끓여쓰고는 있지만, 위생상의 문제도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열악한 영업 환경이 자칫 풍물시장을 찾은 시민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가 당초 동대문 풍물시장을 개장하면서, 청계천 황학시장을 복원해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현재 서울시의 공언(公言)은 말그대로 공언(空言)이었던 셈이다. 서울시의 무책임한 선심성 약속남발이 결국 가난한 서민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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