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전 사장이 코레일을 떠난 뒤에도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을 우리는 해냈다"는 이철 사장의 퇴임사를 건설교통부가 뒤늦게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레일의 경영 실적을 놓고 양측이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건설교통부는 9일 "'철도 역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흑자 경영을 이뤄냈다'는 이철 사장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오히려 "(코레일의) 영업수지 적자는 유사 이래 최대"라고 밝혔다.
건교부 "이철 사장이 사실과 다른 얘기 한다"
지난달 21일 사임한 이철 전 사장의 퇴임사는 '당당'했다. 그는 "지난해 철도 역사상 처음으로 흑자 결산을 이뤄 경영 정상화를 달성하는 등 (코레일이) 완전히 정상궤도에 올라선 만큼 이 시점에서 임무를 마치고자 한다"며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이철 코레일 사장 사임…"가는 발걸음 가볍다")
이 전 사장은 지난해 송년사를 통해서도 공치사를 아끼지 않았다. "올해 흑자 결산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다시는 부채와 적자 타령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됐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뒤늦게 건설교통부가 이 전 사장의 이 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건설교통부의 최재길 철도기획관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용산역세권 토지매각대금 4000억 원 등 영업외 수익 증가를 통해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했으나, 경영의 건전성 지표인 영업수지 적자는 오히려 2006년보다 1000억 원 이상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 기획관은 "정부의 경영 개선 지원금 5553억 원을 제외하면 영업수지 적자는 1조1990억 원으로 유사 이래 최대 규모"라고 덧붙였다. 공기업에 들어간 정부 지원금을 빼면 오히려 최악의 경영 실적이었다는 것.
"철도 역사상 처음으로 흑자결산"이라는 이 전 사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철도 경영은 1980년을 기점으로 적자로 전환됐으며 1993년에도 반짝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철 사장이 자신의 경영 성과를 사실과 맞지 않게 말하고 다녀 건교부의 철도 책임자로서 사실과 다르게 국민에게 알려질까봐 이를 바로 잡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사장의 퇴임 이후 뒤늦게 사실관계를 바로 잡는 까닭에 대한 설명이었다.
코레일 "수치상으로만 보면 그렇지만…사유와 의미를 봐야"
코레일도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반박했다. 그 자세한 내막과 의미를 봐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우선 철도 사상 첫 흑자가 아니라는 건교부의 주장에 대해 "1993년 흑자는 정부로부터 1조5000억 원의 부채 탕감을 받아 이자 부담 면제액이 줄어들어 생긴 것으로 재무상의 흑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진정한' 흑자 경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해 흑자는 "공기업 전환 이후 영업수익 증가, 역세권 개발 등의 자구 노력에 따른 것으로 일시적 흑자가 아닌 향후 지속적인 경영 정상화의 기조를 확고히 정착시켰다는 의미가 있어 1993년과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발끈했다.
코레일은 또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의 영업수지 적자'라는 건교부의 설명도 반박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그렇지만 사유를 봐야 한다"는 것. 코레일은 "적자선 운영 등 공익서비스(PSO)에 대한 정부 보상이 2006년보다 636억 원이 삭감됐고, 코레일이 정부에 지불하는 선로 사용료 부담액은 1342억 원이 늘어나"서 생긴 적자라는 것. 코레일은 "이를 감안할 경우, 영업수지도 사실상 전년보다 약 1000억 원이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건교부가 제외시킨 철도 경영 개선 지원금 가운데 "PSO보상비는 정부 지원금이 아니라 정부가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법적 비용"이라는 것. 코레일은 "건교부가 이자 및 선로 사용료 등 영업외 수익으로 계상하는 것이 상식인 것까지 포함해 영업수지 적자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따졌다.
뒤늦게 건교부가 이 전 사장의 공치사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서면서 이 전 사장은 퇴임 후에도 '업적 부풀리기 의혹'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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