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31일 서울 영등포 전교조 본부 강당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인수위는 주요 교육 정책의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을 전면 수정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수위의 '영어 공교육 완성' 정책에 대해 "한 마디로 공교육을 황폐화시키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기존 정책에 대한 진단도, 연속성도 없다"
전교조는 "인수위가 수능등급제 보완책이라는 명목으로 전면 개정하고 있는 대입 전형 방안은 지난 2004년 발표된 3년 예고제에 의해 실시 중인 생활기록부 중심 대입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또 이주호 의원이 발의해 여야 합의로 통과됐던 '교육정보관련공개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이 지금 마련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인수위는 학교 명칭 공개 등을 포함한 입법예고안을 새로 내놓겠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교조는 인수위가 내놓은 영어교육 정책에 대해 "이미 2006년 8월 이후 발교된 기본교육과정에 의해 새 교과서 작업이 완료돼 교육부의 심사가 진행중"이라며 "초등학교 영어교육 효과에 대한 교육부 연구 프로젝트도 오는 8월 발표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 단체는 "인수위는 이런 기존 정책에 대한 진단과 연속성 없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어 아닌 다른 과목들은 교실 뺏기고, 교사 줄어들 것"
인수위의 영어교육 정책을 실시할 수 있는 기초적인 현장 요건도 갖춰지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교조는 "초등 고학년 영어시간을 3배까지 늘릴 경우 타 교과 시간과 이에 대한 투자는 필연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게다가 영어 수준별 수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교실 확충이 필수적인데, 학교별로 여유교실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특별실과 같은 타 교과교실을 영어전용수업 교실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처럼 제반 교육여건의 개선과 교육과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영어몰입교육을 하겠다는 것은 현재의 공교육을 전면적으로 왜곡시킬 가능성을 현재화하는 것"이라며 "총체적인 공교육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영어과 교직 개방을 정밀한 검증절차 없이 진행할 경우, 현재의 교육과정과 공무원 총정원제에 의해 다른 교과와 교사수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 88.1% "여론수렴과정 거쳐야"
전교조는 "최근 전교조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며 "이 결과는 우리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지난 25일과 26일 이틀간 전교조가 한길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교육정책이 변경될 때 반드시 여론수렴과정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8.1%가 나왔다. 또 인수위의 교육정책이 오히려 사교육비를 늘어나게 할 것이라는 응답이 76%, 그로 인한 교육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75.6%로 나타났다.
전교조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가난의 대물림을 고착화시키고 사교육비를 두배 이상으로 늘리게 되는 정책'이 분명하다"며 "또 반민주적, 반교육적 절차와 내용을 담고 있는 '영어광풍 교육정책'은 초중등 학교현장을 영어 사교육으로 초토화시킬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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