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와 연결되는 이번 주 주말에는 인디스페이스에서 단독개봉하는 독립영화 <내 사랑 유리에>를 포함해 한국영화가 무려 다섯 편이나 개봉한다. 이 중 <원스 어폰 어 타임>과 <라듸오 데이즈>는 두 편 모두 일제 하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이른 바 '경성 트렌드'를 따르는 코미디. 황정민과 전지현이 주연을 맡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은 기대작이다. 신하균, 변희봉이 주연을 맡은 <더 게임>은 오랜만에 신하균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갑긴 하지만 아쉬움이 큰 작품. 막강한 한국영화들이 워낙 많아서인지 외화의 숫자는 적다. <퍼햅스 러브> 이후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진가신 감독의 중국형 블록버스터 <명장>은 주연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시선을 모으는 데다가 난세의 시대에 점차 상처입고 망가져가는 인물들을 비장하게 그려낸 수작. 저예산 스릴러인 <브릭>은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으로, 탄탄하게 전개돼가는 줄거리가 아주 매력적인 영화다.
. | 원스 어폰 어 타임 감독 정용기 주연 박용우, 이보영 |
석굴암 본존불상의 이마에 박혀있는 다이아몬드 '동방의 빛'을 일본으로 이송하기 위하 열린 환송회 자리에 문화재를 발굴해 일본에 비싼 값에 팔아먹는 사업가 행세를 하는 사기꾼 봉구(박용우), 미네르-빠에서 노래를 부르는 조선 최고의 재즈가수 하루코 혹은 춘자(이보영), 그리고 어리버리한 독립군인 미네르-빠의 사장(성동일)과 요리사(조희봉)가 저마다 동방의 빛을 손에 넣기 위해 잠입한다. 1945년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광복 직전의 경성을 배경으로 한 모험 액션 활극. 다양한 헐리웃 고전 장르영화들의 컨벤션을 끌어와 뒤집고 섞으면서도 적절한 균형을 잡는 동시에, '한국형 코미디'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억지웃음 대신 상황과 캐릭터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도하고, 코미디 장면과 숙연한 장면(특히 천황의 항복 선언 방송 장면)을 어색하지 않게 잘 조율한 솜씨도 눈에 띈다.
. |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감독 정윤철 주연 황정민, 전지현 |
휴먼다큐를 찍고 있는 송수정 PD(전지현)는 스스로 슈퍼맨이라 자청하는 남자(황정민)의 도움을 받으면서 그에게 흥미를 갖게 된다. 머릿속에 악당이 심어놓은 크립토나이트 때문에 초능력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이 남자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어린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며, 환경오염 때문에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걱정하고, 지구를 태양으로부터 밀어낸다며 물구나무를 서는 등 엉뚱하기 그지없다. 처음엔 미친 사람 보듯 하던 수정은 그를 카메라에 담으면서 어느덧 그에게 마음을 열고 그의 친구가 된다. 어느 날 그를 병원에 데려갔다가 머리에 정말로 무엇인가 박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말아톤>, <좋지 아니한가>의 정윤철 감독의 신작.
. | 라듸오 데이즈 감독 하기호 주연 류승범, 김사랑, 이종혁 |
조선 최초로 개국한 경성방송국. 기생인 명월(황보라), 아나운서인 만철(오정세), 사환인 순덕 등과 함께 라디오 방송을 제작하는 PD인 로이드 박(류승범)은 노봉알(김뢰하)의 극본을 가지고 조선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 '사랑의 불꽃'을 방송하기로 하고 평소 흑심있던 재즈가수 마리(김사랑)를 캐스팅한다. 생방송으로 진행됨에도 방송사고가 그치지 않는 가운데 의문의 음향효과 담당 K(이종혁)가 합류하면서 점차 드라마는 인기를 얻게 되지만, 방송국 사장은 드라마에 황국 군대에 입대를 장려하는 엔딩이 되도록 압력을 넣는다. 단편작업을 주로 해오던 하기호 감독의 장편데뷔작.
. | 더 게임 감독 윤인호 주연 신하균, 변희봉, 이혜영 |
가난한 거리 화가 민희도(신하균)는 금융계의 큰 손인 강노식(변희봉)으로부터 거액이 걸린 내기를 제안받는다. 그가 이기면 30억을 받지만, 지면 그의 젊고 건강한 육체를 내줘야 한다. 여자친구 은아(이은성)와 그녀의 어머니가 빚 때문에 사채업자에게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본 그는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내기에 지고, 두 사람은 뇌를 바꾸는 수술을 하게 된다. 막대한 부에 민희도의 젊은 육체까지 갖게 된 강노식은 인생을 만끽하지만, 가진 것 없이 강노식의 병든 몸을 한 채 깨어난 민희도는 그제야 자신이 속았음을 알고 반격을 준비한다. <바리케이드>로 데뷔해 <마요네즈>, <아홉살 인생>을 만든 윤인호 감독의 영화. 신하균과 변희봉이 서로 상대를 연기하는 모습은 볼 만하지만 영화의 구성이 허약하고 느슨하다.
. | 내 사랑 유리에 감독 고은기 주연 강희, 고다미, 김준배 |
황량한 도로의 작은 주유소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소년 동아(강희) 앞집의 소녀(고다미)를 남몰래 사랑하며 그녀를 '유리에'라고 부른다. 그러나 유리에는 악랄한 아버지(김준배) 밑에서 몸을 파는 소녀. 유리에를 구하기 위해 남자를 죽이려던 동아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유리에와 사랑을 만끽하며 시간을 보낸다. 십년이 흐른 어느 날, 영혼을 회수하기 위해 악마가 찾아온다. 2002년 <뚫어야 산다>로 장편 데뷔한 고은기 감독이 독립영화 방식으로 만든, 다소 난해하고 초현실적인 영화.
. | 명장 감독 진가신 주연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
태평천국의 난이 한창이던 19세기 청나라. 태평반란군과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혼자 살아남은 청의 장군 방청운(이연걸)은 도적단의 두목 조이호(유덕화)와 그를 친형처럼 따르는 강오양(금성무)과 만나 의형제를 맺게 된다. 방청운의 지휘 아래 강대인의 군대에 합류하여 '산'군 부대를 이끌게 된 이들은 태평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한 전투에 참가하여 차례로 소주와 남경을 탈환하는 등 혁혁한 전과를 세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방청운과 조이호가 점차 대립하게 된다. 무자비한 진압으로 이름높았던 태평천국의 난을 배경으로, 의형제를 맺은 세 명의 남자가 전장에서 점차 상처입고 타락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첨밀밀>, <퍼햅스 러브> 등을 연출한 진가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 | 브릭 감독 라이언 존슨 주연 조셉 고든 레빗, 루카스 하스, 노라 제히트너 |
헤어진 전 여자친구 에밀리로부터 다급한 구조 요청 전화를 받은 브렌든(조셉 고든 레빗)은 며칠 후 에밀리의 시체를 발견하고, 진상을 밝혀내기 위해 에밀리가 최근 어울렸던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정보를 모은다. 학내에서 마약을 파는 아이들의 조직과 에밀 리가 연관돼 있음을 알아낸 그는 학내 최고의 퀸카인 로라를 통해 조직의 두목인 킹핀(루카스 하스)을 만나게 되고, 범인을 밝히기 위해 조직에 합류하게 된다. 2005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탄탄하고 치밀한 각본과 젊은 배우들의 호연이 눈에 띄는 수작. 전통적인 탐정물의 장르 문법을 고등학교를 무대로 구사하고 있어 참신한 느낌을 더한다.
. |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 감독 스벤 타딕켄 주연 요르디스 트리벨, 위르겐 보겔 |
췌장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막스(위르겐 보겔)는 친구의 차와 돈을 훔쳐 빗속을 질주하다 그만 교통사고를 당해 엠마(요르디스 트리벨)의 농장에 떨어지고 만다. 한적한 농장에서 혼자 살며 돼지와 소를 치던 엠마는 막스를 극진히 간호하고, 막스는 엠마의 농장에 머물며 점차 그녀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급기야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지만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막스는 점점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날이 많아지고, 짧고 달콤한 신혼생활 끝에 막스는 엠마에게 특별한 부탁을 하게 된다. 국내에도 출간된 베스트셀러인 클라우디아 슈라이버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부천영화제에서 소개되어 호평을 받았던 <우리 오빠는 뱀파이어>의 감독 스벤 타딕켄이 연출을 맡은 2006년작.
. | 나쁜 여자 길들이기 감독 이레나 파블라스코바 주연 다니카 유르코바, 카렐 로덴 |
카롤리나(다니카 유르코바)는 알렉스(카렐 로덴)와 짧은 이탈리아 여행을 함께 한 뒤 헤어졌다가 체코에서 재회한다. 그러나 알렉스의 전 동성애인인 토마스가 등장하면서 카롤리나는 상처를 입고 다시 그와 헤어진다. 여러 남자들을 만나며 마음의 상처를 달래던 그는 우연히 알렉스와 재회하고, 그로부터 청혼을 받는다. 그러나 결혼식 직전, 그녀 앞에 토마스가 다시 나타나는데... 체코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감독 이레나 파블라스코바 감독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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