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7년만에 또! 명동성당 앞 농성은 계속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7년만에 또! 명동성당 앞 농성은 계속된다

[현장] 인권활동가 5일째 노숙 농성…"인권위 독립 보장하라"

지난 28일 밤,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 좀처럼 가시지 않는 추위에 모자, 장갑, 귀마개 등으로 '무장'한 70여 명의 인권활동가가 촛불을 들고 모여앉았다.

지난 24일부터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 대통령 직속 기구화 반대'를 외치며 이곳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은 농성 5일째를 맞아 '집중 촛불 문화제'가 열린 날이었다.

7년 만에 다시 명동성당 앞으로

"날은 추워도 우리가 물러설 곳은 없다."

지난 2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독립 기구인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위상을 격하시키는 방안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은 아예 "국가인권위는 정권의 친북노선을 성실하게 따라온 죄가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 지난 28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촛불문화제를 벌이고 있는 인권활동가들. ⓒ인권운동사랑방

이 같은 인수위와 한나라당의 주장을 지난 2001년 추위 속에서 명동성당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여가며 독립적인 인권위 설치를 요구하고 끝내 관철시켰던 인권단체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지난 23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이어 24일 곧바로 서대문구 독립문을 기습 점거한 뒤 명동으로 자리를 옮겨 농성을 시작했다. 꼭 7년 만의 일이었다.

이후 인권활동가들은 10여 명씩 조를 짜 명동성당 들머리 길바닥에서 노숙 농성을 벌였다. 명동성당 측은 이들이 농성을 벌이기 전부터 이를 반대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런 성당 앞에서 천막을 치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10여 명씩 조를 짜 침낭과 종이상자로 몸을 감싼 채 매일 밤 노숙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상식에 어긋나는 주장을 하니…다른 도리가 있나"

"다른 이유가 있겠어.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지."

농성장을 지키던 한 인권활동가는 "너무 춥다"면서도 농성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8일 '국가인권위 대통령 직속기구화에 관한 인권단체 의견서'를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한 인권활동가들은 이 의견서에서 "인권위가 대통령 직속이 된다면 감시 대상자인 행정부에 대해 감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은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인권위의 독립성은 3년에 걸친 설립 과정에서 만들어진 사회적인 합의 사항이라는 점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의 구성은 1993년 유엔총회 결의로 채택된 '국제 인권 기준'이라는 점 △인권 옹호에 대한 국가 책무는 효율과 경쟁의 가치가 아니라는 점을 재차 밝혔다. 또 이들은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만드는 것은 2001년 인권위 설립 당시 독립 기구를 주장한 한나라당의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언급했다.

"인권위가 좋기만 한 건 아니다. 그래도…"
▲ ⓒ인권운동사랑방

그러나 이런 '인권위의 대통령 직속 기구화 반대' 논리를 농성을 통해 알려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활동가는 "주말이면 오가는 인파로 붐비는 명동이지만, 이들을 상대로 '왜 인권활동가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지'를 설명하기란 만만치 않다"고 했다.

이들은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인권위 자체의 문제도 분명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의 활동이 국민적인 공감을 얻기에는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는 것. 인권단체들이 농성을 시작하며 발행하고 있는 '투쟁속보'에는 이 같은 인권단체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누구라고 인권위가 좋기만 하겠나? 인권위가 그동안 보여준 폐쇄성과 관료성, 인권보다는 '법 중심적 판단' 등은 목에 가시처럼 걸려 있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자의 계획대로 인권위가 대통령 직속기구가 되었을 때 예상되는 후과를 생각하면 앞뒤를 잴 틈이 없다.

그래도 지난 몇 년 인권위가 있었기에 우리사회의 인권이 미흡하나마 성과를 볼 수 있었다. 힘 없고 빽 없어 억울함을 당해도 숨죽여 울어야 했던 사람들이 달려갈 곳이 생겼다. 재소자, 장애운동, 양심적 병역거부운동, 비정규직 문제가 그랬다. 통신보호법, 네이스(NEIS), 사형제도, 이라크 파병 등 우리사회 굵직한 현안 모두 그나마 인권위가 있었기에 힘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천막 하나 없이 진행되고 있는 농성장에는 많지 않은 숫자이지만 꾸준히 인권활동가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후원인들이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오는 2월 1일까지 농성을 계속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28일 국회 법사위는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하는 국가인권위법 개정안을 논의한 뒤 법사위 법안심사 1소위에 이 법안을 회부했다. 인권단체들은 농성과 함께 법사위와 행자위 소속 의원들을 만나 독립적인 인권위 유지 필요성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