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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정동영 갈등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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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손학규-정동영 갈등의 끝은?

[분석] '정동영 신당설', 확산이냐 봉합이냐

'호남 싸움'이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유일한 비빌 언덕인 호남의 공천을 누가 좌지우지하느냐가 걸린 문제다. 세력의 사활이 걸린 승부처이기에 정동영-손학규 갈등은 그래서 파장이 불가피하다.
  
  호남은 정 전 통일부장관의 정치적 근거지다. 호남권 의원 30명 중 상당수가 정동영계다. 손학규 대표 측의 '호남 물갈이론'은 정동영계를 피해선 성립될 수 없다. 대선 이후 극도로 몸을 낮춰 온 정 전 장관의 계룡산 산행은 손 대표에 대한 명백한 항의 시위다. 앉아서 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호남에 대한 절박함은 손 대표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에서 주로 정치를 해 온 손 대표는 호남에 기반이 없다. 현역의원 중엔 우군도 별로 없다. 호남을 장악하지 않고선 허수아비 당 대표로 위축됨은 물론이고, 손 대표 개인의 정치적 미래도 없다. 그래서 손 대표는 지난주 DJ를 찾아갔다.
  
  당 내에선 정동영계와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정균환 최고위원 등 민주당 합류파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정 최고위원은 "대선패배 책임의 핵심에 있는 현역의원들의 교체"를 거론했다. 정동영계가 호남 20~30% 물갈이론을 제기한 정균환 최고위원 너머로 손 대표를 보는 건 그 때문이다.
  
  호남 대전(大戰)
  
  현재로선 손 대표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 정 전 장관 측에서 일종의 분당 시나리오인 '제3지대 신당론'이 나오는 건 두 사람 사이의 현실적인 역관계를 보여준다. 또한 손 대표 측의 호남 장악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는 걸 반증하기도 하다.
  
  하지만 정 전 장관 쪽이 섣불리 액션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분당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명분이 부족하다. '손학규 체제=한나라당 3중대'라는 비판은 적어도 내부자가 할 소리는 못 된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정동영, 손학규 두 사람은 싸우기도 했지만 손을 맞잡은 것도 여러 차례였다. 노선과 정체성에서도 두 사람은 별 차이가 없다.
  
  결국 이런 상태에서의 분당은 공천에 대한 반발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대선에서 패한 장수가 계보를 이끌고 활로를 모색하기엔 대선과 총선 사이의 시간차도 너무 빠듯하다. 무엇보다 총선에서 신당과 겨뤄 이길 수 있다는 확신할만한 계산이 안 나온다.
  
  손 대표도 딜레마다. 호남 개혁 공천은 손학규 리더십의 필요충분조건이다. 하지만 DJ로부터 "50년 정통야당의 계승자"라는 작위를 얻었으니 최소한 목포 출마를 공언한 박지원 비서실장을 공천해 빚을 갚아야 한다. 정균환 최고위원 등이 장악하고 있는 '호남 몫'도 인정해줘야 한다. 게다가 민주당과 통합할 경우 민주당 지분도 모른 척 할 수 없다. 현역 의원들을 겨냥한 '호남 물갈이'가 자칫 옛 호남 토호들의 발호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쇄신 불가' 구조로 가나
  
  이처럼 두 사람 모두 발목이 잡힌 형국이어서 '정동영 신당'이나 '호남 칼바람'이 당장 급물살을 타긴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호남은 물론이고 충청, 수도권으로 확장하면 '분열=공멸'이라는 등식을 부정하기 어렵다. 양쪽 모두 분당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두 사람의 갈등은 계파 간 지분 안배형 공천의 예고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의 이명박계와 박근혜계가 그토록 갈라설 것처럼 싸우면서도 결국은 지분배합의 논리로 귀결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문제는 리더십이 없는 당에선 쇄신의 모양새를 내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호남에서 '구파 기득권'과 '신파의 탈을 쓴 구파'가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되면 그 피해는 다른 지역에서 입는다. 한나라당의 불모지인 호남에선 그럭저럭 견딘다 해도 수도권 등 여타 지역은 궤멸에 가까운 참패를 각오해야 한다. 대선에서 참패하고도 인적 쇄신에 실패한 당에 사람들이 표를 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총선기획단을 구성한 신당은 금주 중 공천심사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돌입한다. 손 대표는 "공심위는 당 내외를 망라해 공정하게 구성하고 당 외부 인사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공모와 추천을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심위 활동의 핵심은 정동영계와의 갈등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다.
  
  물론 이 조율에 실패하면 분당 시나리오는 언제든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조사에서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한 정당 지지율은 6%대에 그쳤다. 정동영계에선 신당에 남아 고사하느니 나가서 새 살림을 차려도 손해 볼 게 없다는 셈법이 나올법하다.
  
  정동영-손학규 갈등은 어떤 방향으로 가든 신당의 대승적 출구, 즉 쇄신책이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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