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시민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해온 한탄강 댐이 법원의 제지를 받았다. 법원은 한탄강 댐 저수 용량을 기존 계획의 2.7억 톤(t)의 절반인 1.3억 톤으로 줄이라고 권고했다. 한탄강 댐은 건설교통부, 한국수자원공사가 임진강 하류 홍수를 막겠다며 1조 원을 들여 추진 중인 홍수 조절용 댐이다.
법원, "한탄강 댐 저수 용량 절반으로 줄여라"
서울행정법원 제4부(판사 민중기)는 25일 "한탄강 댐은 기존의 2.7억 톤(t)에서 1.3억 톤으로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법원은 철원, 연천, 포천 지역 주민이 건설교통부,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낸 한탄강 댐 건설 취소 소송에서 판결을 유보하는 대신 이런 내용의 조정권고안을 발표했다.
법원은 "한탄강 댐은 1990년대 임진강 하류 지역의 막대한 홍수 피해 등을 염두에 두고 건설이 추진되었지만 제방 건설, 천변저류지 확대, 남북 관계의 진전 등으로 임진강 하류 지역의 홍수 피해가 감소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때 홍수 조절을 목적으로 댐을 건설하는 것은 그 경제성, 사업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더구나 찬반 측이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어서, 판결이 어떻게 선고되더라도 혼란, 갈등이 상당 기간 더 지속돼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며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한탄강 댐을 애초 고시된 2.7억 톤에서 절반인 1.3억 톤으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정권고안의 배경을 밝혔다.
사실상 댐 건설에 제동…환경단체 "이젠 물러서라"
이런 법원의 권고는 건설교통부, 한국수자원공사 측의 한탄강 댐 건설 타당성을 부정한 것이어서 사실상 한탄강 댐 건설 계획을 폐기를 권고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간 건설교통부, 한국수자원공사 측에서 내놓았던 여러 가지 댐 건설 추진 논리를 부정하고 반대 측의 논리를 대폭 수용했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댐 계획 취소 처분이나 마찬가지"라며 "법원의 권고대로 댐을 축소하면 파주ㆍ문산 지역의 홍수 조절 방안으로 마련된 한탄강 댐의 효과는 더욱 줄어들어 사실상 댐 건설의 타당성이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규모를 줄여도 지형 탓에 건설비는 그대로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계획을 폐기해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재판부가 제방·천변저류지가 보강되고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추가적인 홍수 대책 마련도 가능할 것이라고 특별히 지적한 점도 의미심장하다"며 "법원 측이 댐의 효용성에 의문을 갖고, 별도의 홍수 조절 수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환영을 표시했다.
이 단체는 "이미 2005년 감사원도 건설교통부, 한국수자원공사가 내세운 홍수 조절 효과에 의문을 표시했고, 지역 경제, 문화, 생태 측면에서 타당성이 없음이 수차례 드러났다"며 "건설교통부, 한국수자원공사는 억지를 부리다 더 추해지는 꼴을 면하려면 이쯤에서 헛된 꿈을 접으라"고 한탄강 댐 건설 계획 폐지를 촉구했다.
건설교통부 "이의 신청"…지역 주민 "중단 판결 받겠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법원의 권고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곧바로 이의 신청을 내기로 했다. 철원, 연천, 포천 지역 주민도 "이참에 아예 중단 판결을 받아내겠다"며 법원에 판결을 촉구할 예정이어서 양측의 법정 공방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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