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한 금융 계열사가 고객의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지급 보험금, 렌트카 비용 빼돌려 비자금 조성…우리은행 차명계좌로 관리
KBS가 24일 저녁, 삼성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김 모 씨의 증언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다. 김 씨가 KBS에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삼성은 고객에게 지급하기로 했으나 합의 등의 이유로 지급하지 않은 미지급 보험금, 고객들이 잘 찾아가지 않는 렌트카 비용 등 소액의 돈을 따로 모아 차명계좌에 빼돌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그리고 비자금을 관리하는 차명계좌는 주로 우리은행 삼성센터 지점에 개설됐다. 또 이런 차명계좌는 비자금이 현금으로 인출되면, 바로 폐쇄됐다.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다.
김 씨가 KBS에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삼성은 일주일 평균 2000~3000만 원 가량의 비자금을 이런 방식으로 조성했다. 일 년 간 모으면, 약 15억 원이 된다.
건물 꼭대기층에 비밀금고…전략기획실 연락오면 가방에 담아 전달
이날 보도에 따르면, 김 씨가 근무했던 삼성 계열사는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을 이 회사 꼭대기 층에 있는 별도의 비밀 금고에 보관했다. 김 씨는 건물 꼭대기층 복도에 벽으로 위장된 문을 열면, 삼면을 책장이 에워싸고 있는데 책장과 벽 사이의 좁은 틈으로 들어가면 비밀금고의 문이 나온다고 전했다. 금고의 크기는 한 평 남짓이며, 그 안에 현금이 수 억 원씩 나뉘어 여행용 가방에 담겨 있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보관한 이유는 연락이 올때마다 쉽게 운반하기 위해서다.
연락을 보낸 측은 주로 삼성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이다. 가방에 담긴 돈은 다른 삼성 계열사나 본관 27층에 전달됐다.
"차량 이용 기록 안 남기려 비자금 가방 들고 계단 올랐다"
KBS가 이날 보도한 김 씨의 증언은 이렇다.
"차량을 이용하면 문제가 차량 이용 기록이 남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는 가급적 직접 운반을 했었습니다. 지하도에서 3억 원 이상 들고 계단을 오르려면 무겁습니다. 5억원 정도 들 때는 금액을 반으로 나눠서 둘이 이제...
항상 일정 금액은 예치해 놓아야죠. 최소 10억 원 이상은. 가지고 오라하는 돈이 주로 억 단위로 5~6억 원이기 때문에..."
이날 보도에 따르면, 본사에 전달된 비자금은 정부 주요 부처 로비에 사용됐다. 그리고 비자금 가운데 일부는 이 회사의 자체 로비에도 쓰였다. 이런 보도 내용을 뒷받침한 김 씨의 증언은 이렇다.
"주로 외부 공무원들 접대죠. 포커를 쳐서 잃어드리던지 축구시합을 해서 져드리던지. 축구시합의 경우 백만 원 단위 최소한, 크게 천만 원 단위로 하죠."
삼성, 제보 내용 전면 부인…제보자, "DB에 표시했다"
한편 삼성 측은 이런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미지급 보험금을 비자금으로 만들려면 수많은 도장과 주민등록증을 위조해야 하며 재무제표 공시는 물론 감독당국의 감사를 받고 있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삼성 측의 해명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의 진위 여부를 밝히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이날 방송에서 김 씨는 자신만 알아볼 수 있는 방식으로 특정한 데이타베이스(DB)의 특정 테이블, 특정 필드에 특정한 값을 입력했다고 밝혔다. 김 씨에 따르면 이렇게 표시된 자료의 건수가 1만 건 이상이다.
"내 보험금이 불법 로비에 쓰였다니…증거 숨기기 전에 빨리 수사하라"
이날 보도를 접한 시청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의 비자금 조성 수법이 너무 대담해서다. 치밀하고 세련된 삼성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 씨의 증언대로라면 삼성이 사실상 고객의 돈을 빼돌린 셈인데, 이런 행태 역시 삼성의 평소 이미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런 반응을 보인 시청자들은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자신들의 돈이 불법 로비에 쓰였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씻기 위해서라도 특검이 수사를 통해 이날 보도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삼성에게 관련 증거를 은폐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특검이 빨리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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