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위상을 격하시키는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하자 인권단체에서는 "사실상 인권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며 반대를 표명하고 나섰다.
인권운동사랑방은 17일 논평을 내고 "국가인권기구가 입법, 사법, 행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가져야 한다는 원칙은 이명박 당선자가 입만 열면 강조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속한다"며 "인권위의 위상과 권한을 낮추려는 인수위의 인식은 역사를 거스르는 작태"라고 비판했다.
"감시자가 감시대상자에 종속되는 게 말이 되나"
인권운동사랑방은 "1993년 유엔총회 결의로 채택된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원칙'(파리원칙)은 국가인권기구가 국가권력의 남용을 견제할 수 있으려면 '입법·사법·행정 등 모든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해 설치되는 것이 필수적'임을 강조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인권위가 대통령 소속이 된다면 인사, 예산, 법령, 기타 내부 운영에 대한 모든 부분까지 행정부의 간섭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인권침해의 감시자인 인권위가 감시대상자인 행정부에 종속된다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또 이 단체는 "만약 국가인권위가 대통령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인권위에 속한 어느 누구가 행정부의 인권침해 행위를 지적하고 경고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라고 물은 뒤 "게다가 현재 인권위법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입법부 및 사법부, 헌법재판소에게 의견을 표명하거나 권고하는 역할도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인권위는 기존의 3권 분립 하에서도 여전히 미흡한 국가의 인권보장 책무를 잘 이행하기 위해 국가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내부 반성 장치"라며 "또 국내법에 따라 설치되는 기구이면서도 국제인권규범에 의존하는 준국제기구"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지 않은 국가인권기구는 민중들에게 약이 아니라 독이 될 뿐"이라며 "인수위는 당장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전환하려는 정부조직개편안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인권위 역시 지난 16일 인수위의 발표 직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인권위가 독립기구의 형태로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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