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재용 씨와 당시 한빛은행장, 한미은행장, 대구은행장에 대해서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익공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번 고발은 최근 이 단체가 입수한 1999년 9월자 금융감독원의 '삼성계열 연계검사결과 보고(연계검사결과)' 문건에 따른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생명의 지원을 통해 이뤄진 삼성투신 주식거래는 결국 재벌총수의 2세인 이재용 씨로의 변칙적인 부의 이전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며 "이는 최근 속속 확인되는 삼성그룹의 탈법적인 경영권 승계과정의 일부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투신 인수로 막대한 차익·지배권 확보
이미 경제개혁연대의 전신인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지난 2004년 4월 동일한 사안을 검찰에 고발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이 사안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단체가 입수한 금감원 연계검사결과 문건을 보면, 1999년 2월과 3월에 걸쳐 이재용 씨를 포함한 이건희 회장의 자녀 4남매는 한빛은행, 한미은행, 대구은행, 야마이찌증권으로부터 삼성투신 지분 34.9%를 107억 원에 인수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1월경 삼성생명은 한빛은행에 삼성투신 주식을 맞교환할 것을 제안했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던 한일투신 주식 30만 주와 한빛투신 주식 30만 주를 한빛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투신 주식 60만 주를 맞교환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삼성생명은 마땅한 이유 없이 삼성투신 주식의 매수자를 삼성생명에서 이재용 씨로 변경했다. 그 결과 한일투신과 한빛투신의 지분은 예정대로 삼성생명에서 한빛은행으로 매각된 반면, 삼성투신 지분 60만 주는 이재용 씨가 인수하게 된다. 이 씨가 삼성투신 지분을 인수한 가격은 주당 5000원이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 이재용 씨를 포함한 4남매는 한미은행과 대구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투신 주식 각 59만 4000주와 30만 주도 실제가치인 각각 주당 5030원과 5000원에 각각 인수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차액으로 각 88억9218만 원 및 45억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거뒀다.
결국 이재용 씨는 삼성투신 지분 인수로 막대한 차익과 함께 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투신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게 됐다.
"삼성 '네임밸류' 볼 때 삼성투신 가치 최소 주당 2만 원"
경제개혁연대는 황영기 등의 배임 증거로 실제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이건희 일가의 삼성투신 지분 인수가격을 들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이건희 일가의 삼성투신 지분 인수가격(평균 5117원)은 실제가치에 크게 못미쳤다"며 "비슷한 시기 이뤄졌던 다른 투신사의 거래가격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99년 6월 한빛은행은 한일투신 지분 70%를 주당 1만5000원+α에 매각했다. 또 같은 해 7월 동원증권이 동원투신을 매각한 가격은 주당 1만5000원이었며 8월 대신증권이 대신투신 지분 20% 매각한 가격도 주당 1만8000원이었다.
실제로 당시 금감원 연계검사결과는 "삼성의 '네임밸류(name value)'를 감안할 때 삼성투신의 적정가치는 최소한 주당 2만 원 이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보고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던 한일투신 및 한빛투신 지분을 액면가액인 주당 5000원에 매각한 것 역시 이건희 일가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행위"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금감원 연계검사결과 문건은 "한일투신과 한빛투신의 지분의 실제가격을 주당 1만5000원으로 계산했을 때 삼성생명은 약 60억 원의 기대수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한빛·한미·대구은행, 이건희 일가 돕고 대가 받았나?
또 경제개혁연대는 삼성과 '특수관계'를 맺고 있던 한빛은행, 한미은행, 대구은행이 이재용 씨에게 삼성투신 지분을 저가에 매각하는 행위를 거들었을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은 이에 따른 손실보전조치를 해주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는 금감원 연계검사결과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적한 사항이다.
1999년 당시 한빛은행은 삼성그룹의 주거래은행이었다. 또 삼성은 당시 한미은행의 3대 주주였으며, 황영기 씨는 삼성생명과 한미은행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었다. 삼성은 대구은행의 최대주주이기도 했다.
한편 이재용 씨 등에게 삼성투신 지분을 저가로 매각한 이들 은행은 당시 모두 재무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야마이치증권은 이미 1997년에 도산했고, 한빛은행은 조건부 회생 은행들인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1998년말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합병한 은행이었다. 대구은행은 BIS비율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었으며, 한미은행 역시 대주주인 BOA가 자체 재무적 어려움으로 인해 한국 철수를 결정한 상태였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이 이들과의 밀접한 관계 및 재무적 어려움을 이용해 삼성투신 지분을 이재용 씨 등에게 저가로 매각하게 하고 그 반대급부로 이면약정을 통한 지원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그 증거로 한빛은행과 한미은행이 받은 후순위차입금 가운데 상당액이 삼성생명으로부터 조달됐다는 정황을 제시했다. 또 삼성생명, 삼성할부금융, 삼성생명투신은 1998년 11월 당시 전업리스사의 전반적인 부실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미은행의 자회사인 한미리스의 지분 15.37%를 취득했다.
이들 금융기관이 이재용 씨 등에게 삼성투신 주식을 저가에 넘기는 댓가로 이미 삼성생명을 비롯한 삼성계열사가 이들에 대해 손실보전 혹은 반대급부을 약속하는 이면약정을 맺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면약정을 통한 손실보전조치가 확인된다면, 한빛은행, 한미은행, 대구은행의 임원들은 특경가법상의 이익공여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경제개혁연대는 "추가적인 증거와 정황이 확인된 만큼 과거 이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처분했던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며 "총수일가의 사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삼성생명 임원 및 관련자들의 위법행위 여부에 대해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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