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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 세상, <미스트>가 그린 미국사회의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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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 세상, <미스트>가 그린 미국사회의 우울증

[뷰포인트] <미스트> <더 재킷> <써티데이즈 오브 나이트>

과작(寡作)의 감독이지만 내놓는 작품마다 늘 주목할 만한 '꺼리'를 보여주고 있는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신작 <미스트>는 정치적으로 해독하기 쉬운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번 작품 역시 그의 전작인 <그린 마일>이나 <마제스틱>처럼 매우 민감한 정치 현안들을 건드리고 있는 작품이다. 종교적으로는 더욱 그렇다. 다라본트는 일반 대중들이 '수없이' 봐 온, 또 그래서 그만큼 그의 대표작처럼 불리는 데뷔작 <쇼생크 탈출>만을 제외하고 미국인들이 가장 아파할 만한 주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 왔다. <그린 마일>은 아주 단순하게 얘기한다면 '흑인예수'를 그린 작품이고 <마제스틱>은 1950년대 매카시즘의 공포를 빗대 일명 네오콘으로 불리는 부시 치하 극우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영화였다. .
미스트
기독교주의자들을 고발하다 <미스트>는 거기서 더 한걸음 나아가 미국의 잘못된 정치사회 이데올로기가 기독교주의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확산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라본트는 이번 영화에서 종교적으로 가장 '과격한' 행동을 보이고 있으며 기독교, 팍스 아메리카나, 오일 폴리틱스 등으로 뒤범벅이 된 권력자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으며 결국 어떻게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가, 이라크전 같은 데서 핏덩이 같은 우리의 자식들을 어떻게 죽음의 구렁텅이에 몰아 넣고 있는 가를 절규하고 있다. 스티븐 킹의 1980년대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의 스토리 구성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포틀랜드 한 마을이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안개에 휩싸이게 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안개 속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외계생물체 같은 괴수가 나타나 사람들을 갈가리 찢어 죽이기 시작한다. 안개에 밀려 대형 마트에 갇힌 사람들은 숨막히는 공포에 우왕좌왕하고 급기야 이를 하나님의 진노하신 결과로 혹세무민하는 한 광기어린 여인의 선동과 함께 서로 죽고 죽이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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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마트의 출입문, 혹은 유리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안과 밖의 풍경은 명백히 지금의 미국사회를 둘러싼 안과 밖을 동일시해서 보여준다. 미국은 현재 안개에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전혀 알 수 없는데다가 무지막지하기까지 한 외부의 공포에 휩싸여 있는데 정작 한심스럽고 더욱더 위험스러운 것은 영화 속 대형마트 안의 사람들 처럼 서로가 서로를 죽음에 이르게까지 할 만큼 '내부의 적'들이 득실대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속 주인공들은 바깥의 외계 괴수에 대한 공포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마트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외부보다 내부가 더 무섭기 때문이다. . 결국 내부의 적을 염두에 둔 영화들 내부의 위협은 결국,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주인공의 처참한 선택을 초래하게 만든다. 주인공의 두 눈에서 피눈물을 쏟게 만드는 것. 일부 관객가운데는 주인공의 목놓아 절규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라크전에서 아들을 잃은 신디 시핸의 눈물이 생각났다고 말한다. 그 같은 반응은 다소 '오버한' 것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다라본트가 바로 그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원작자인 스티븐 킹은 외지들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반전영화로 받아들이든, 기독교를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하든, 민주당쪽이냐 공화당쪽이냐로 해석하든, 그것은 관객들의 몫이다"라고 말해 어떠한 쪽으로든 정치적 의미를 담고있음을 시사했다.
<미스트>와 함께 현재 국내 극장가에 상영중인 할리우드 영화는 상당수가 이라크전에 대한 뼈아픈 회한, 자책, 통렬한 경고를 담고 있다. 스티븐 소더버그와 조지 클루니가 함께 만들었던 영화사 '섹션 에잇'의 작품으로 3년만에 국내개봉이 이루어진 <더 재킷>이 그런 영화의 대표격이다. <더 재킷>을 보고 있으면 전장에 나간 병사들이 죽기 전 영혼을 만나는 것 같아 일순 소름이 돋는다고들 한다. 병사들의 영혼이 구천을 떠돌고 있음이 느껴진다는 평. 그렇게까지 정치적이지는 않더라도 미국이라는 나라가 현재 고립무원의 한가운데서 모든 소통이 단절된 채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포의 대상과 맞닥뜨려져 있음을 강조하는 영화들도 있다. <써티데이즈 오브 나이트>는 단순하게 뱀파이어 공포영화라고 보기에는 뒷배경에 뭔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줘 무겁고 진지한 영화로 분류된다. 부시 치하, 피비린내 나는 이라크전을 경험한 할리우드는 최근들어 부쩍 멋대로 치달았던 권력이 어떠한 사회적 공포를 양산해 냈는 가를 증명하는데 애를 쓰고 있다. 잇달아 개봉되고 있는 할리우드 공포영화, 미스터리 영화들이 그점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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