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석방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삼성하이비트, 한솔 홈데코 등 노동자들은 이날 "삼성 무노조의 신화는 소리없이 죽어간 수많은 노동자에게 신화가 아니라 악몽의 날이었다"며 "삼성특검이 무노조경영 등에까지 수사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패의 자양분은 노동자에게 뽑아낸 초과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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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삼성 무노조 경영, 노동자 탄압 피해 증언대회'를 열고 특검 수사대상과 기간의 확대를 주장했다. "특검에서 수 조원 대의 분식 회계, <중앙일보>의 위장 분리, 노동탄압 공작 등은 제외됐지만 삼성특검은 몇몇 사안만 다루는 선택 수사로 축소돼서는 안 된다"는 것.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특히 사회의 모든 영역을 부패로 오염시켜 온 악의 뿌리는 혹독한 노동강도와 감시와 도청, 납치, 감금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탄압으로 노동자들을 길들여 온 무노조 경영이 뽑아낸 초과이윤에서 자양분을 얻고 있다"며 "삼성의 노동탄압을 근절시키는 것은 문제해결의 근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증언대회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삼성의 불법로비에 관한 부당행위는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유독 삼성 노동자에 대한 야만적인 탄압에 대해서는 언론도 입을 닫고 있다"며 증언대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특검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의 골간을 흔들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이다.
"한솔 홈데코·이마트 등 삼성에서 벗어나도 '무노조 경영' 여전"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한 이들 가운데 지난 2006년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에 의해 우리나라 노동자로는 처음으로 양심수로 선정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의 얘기는 그나마 많이 알려진 편이다. (☞관련 기사 :김성환 위원장 인터뷰 "이건희 회장, 우리가 당신을 죽이려는 게 아니잖소")
이날 민주노총이 배포한 자료에는 삼성 SDI 정규직이었다가 구조조정 방침에 의해 소위 'B급 노동자'로 분류되는 사내기업으로 쫓겨난 사람들의 사례와 삼성생명에서 구조조정을 거부하다 징계 해고된 이 아무개 씨의 사연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김성환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삼성의 정규직이었다가 노조 활동 등을 이유로 해고와 같은 탄압을 경험했던 사람의 모습은 오히려 볼 수 없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삼성 정규직 노동자는 해고 등의 피해를 입고도 외부로 목소리를 내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삼성의 노동조합 탄압이 얼마나 악착같고 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직접 고용관계에 있던 정규직은 아니지만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 방침은 삼성계열사 뿐 아니라 삼성그룹에 속해 있다가 계열분리를 통해 떨어져 나온 기업들에도 여전히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에서 분리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전계열사에 노동조합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한솔 홈데코 노동조합 홍순근 지회장도 "지난 2007년 9월 노동조합을 설립했지만 회사는 한 밤중에 군사작전이라도 하듯 문자 메시지로 조합원 37명에 대해 전환 배치를 통보하고 최근에는 전체 조합원의 50%가 근무하는 보전 부문을 매각하겠다며 오는 2월 1일부로 이들에게 해고 통보를 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 법원으로부터 복직 판결을 받았으나 이마트 측이 이에 불복하고 항소 의사를 밝힌 이마트 수지분회도 마찬가지 경우다. 분회장 최옥화 씨 등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았고 복직한 뒤 6일 만에 이마트 측은 계약만료를 이유로 조합원 전원을 해고했다. (☞관련 기사 : 노조 만들었다 해고된 이마트 비정규직, 복직 판결)
"삼성 하청업체는 '원청이 물량 안 준다'는 협박으로"
민주노총은 '범삼성계열사' 뿐 아니라 2차, 3차 하청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특히 하청업체의 경우 "원청인 삼성이 노조가 만들어지면 물량을 끊겠다고 한다"는 협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
민주노총은 "하청업체 역시 노조 설립 자체가 어렵지만 지회 설립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원청을 핑계로 대는 업체 대표들의 상시적인 협박에 노동조합이 스스로 약화되거나 와해되는 과정을 반복해서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의 태양기전, 구미의 HK바텍, 청주의 월드텔레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월드텔레콤의 경우 2002년 노동자 300여 명이 금속노조에 가입해 이듬해 '고용안정 협약서'를 체결했지만 회사는 약속을 저버리고 2004년 1월 기습적으로 설비를 반출하는 등 공장의 해외이전을 강행해 전체 노동자가 길거리로 나앉는 일도 있었다. 민주노총은 "이는 삼성의 무노조 전략이 하청업체에 갖고 있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삼성SDI 부산 공장 하이비트 여성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업체 폐업으로 해고돼 8개월이 넘도록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지현 씨는 이날 "노동조합이 있었더라면 우리가 해고의 서러움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고 탄압도 받지 않았을 것이며 비자금이 조성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지금도 삼성 내에는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을 당하고 있지만 삼성은 비자금으로 자신들의 어두운 곳을 감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삼성SDI 하이비트 해고자 대표 최세진 씨 "삼성 노무팀, 미행 좀 세련되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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