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가운데 삼성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관리했던 것으로 보이는 삼성그룹 28개 계열사 68명 핵심임원의 명단이 공개됐다. 이들은 비자금뿐만 아니라 이건희 회장과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의 뜻을 각 사에 전파하는 활동을 맡았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13일 <오마이뉴스>는 김용철 변호사가 보관하고 있던 '관리담당 현황'이라는 제목의 문건 내용을 공개하며 이는 2004년 8월 당시 삼성 구조조정본부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이미 검찰 특별수사 감찰본부(특본)에 이 문건을 제출했으며 당시 관련자에 대해 모두 출국금지 조처를 하고 소환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의견을 함께 전달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특본이 이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략기획실, 매년 계열사별로 비자금 할당"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이학수 전략기획실장, 김인주 사장 등 전략기획실 임원 및 각 삼성계열사 내 '관리담당 임원'의 연락처, 직함, 보직이 명시돼 있다.
언급된 임원들의 당시 직책은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등이며 현재 대부분 각 계열사 경영지원팀(실) 소속이거나 사장·부사장 등 삼성 계열사 내 중책을 맡고 있다. 또 상당수가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비서실) 출신인 점도 특징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여기에 거론된 인물들이 삼성을 움직이는 핵심"이라며 "이들이 계열사별 비자금 조성 및 관리의 책임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전략기획실은 매년 초 전년도 경영성과 수치에 따라 비자금 전체 계획을 세우고 계열사별로 할당한다"며 "영업실적에 따라 비자금을 만들기 어려운 회사도 있지만 '만들라'고 지시하면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당해년도 비자금 조성계획을 실무적으로 수립하는 핵심은 전용배 삼성 전략기획실 상무"라며 "과거 그 자리를 거쳐 간 사람들은 고 박재중 전무, 최광해 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부사장, 김인주 사장,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이학수 실장"이라고 전했다.
"경영에 대한 절대적 감시도 병행…비밀경찰 역할"
또 김 변호사는 이들의 활동 내역에 대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것 못지않게 이건희 회장과 비서실(현 전략기획실)의 뜻을 각사에 전파하는 활동도 중요하다"며 "비자금을 만들지 못하는 계열사 내 '관리담당' 임원들은 회장과 비서실의 뜻을 전파하는 역할을 중요한 활동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들은 삼성그룹 핵심으로부터 선택받은 소수"라며 "행위에 비해 과도한 대우를 받으면서 그룹 전체를 관장하는 실세로 성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야말로 '경영에 대한 절대적 감시'를 한다"며 계열사 사장 등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사실상 내부자 매수행위"라며 "이 사람들이 삼성의 진급라인이며 사실상 삼성의 비밀경찰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삼성 측은 "관리담당 현황 문서를 만들 필요도 없었다"면서 문서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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