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시행된 비정규직법과 관련해 노동부가 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스스로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안을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부는 그동안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각종 부작용과 잡음 속에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에게 "성급한 법개정 논란보다는 법 안착에 주력할 때"라고 수차례 강조해 왔었다.
노동계는 당장 "노동부가 비정규직을 볼모로 인수위에 아첨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친기업적' 이명박보다 한 발 더 나갔다 노동부 '망신'
노동부가 제안한 비정규직 고용기간 1년 연장안은 당장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1년 연장하는 안이 노동부 업무보고서에 적시되긴 했으나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며 "이 문제는 시간을 갖고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주호 인수위 사회·교육·문화위 간사는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노동부 안을) 채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히려 인수위에서는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 제고대책이 논의됐다. 이동관 대변인은 "현재 비정규직의 30~40%에 불과한 사회보험 가입률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기 때문에 노동부에 보험료 감면 등 종합대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실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3년으로 하는 것은 법 제정 과정에서의 노동부의 안이었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고용허가 기간을 3년으로 정하고 파견제도의 경우 법에 명시된 금지사항만 위반하지 않으면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하려 했으나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현행 비정규직법은 2년 고용 후 정규직화와 차별시정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결국 노동부가 '친기업 정부'를 공언하는 이명박 당선인을 핑계로 정권 교체기에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려다 망신을 당한 셈이다.
한국노총 "노동부, 인수위에 아첨하려는 얄팍한 발상"
비록 인수위에서 구체적인 논의조차 되지 못한 안에 불과했으나 노동부가 이 같은 보고서를 작성한 것에 대해 노동계는 당장 발끈했다. "현행 기간 제한 2년에서도 '2년 전 해고'가 빈번한데 3년으로 늘리면 누가 정규직 전환을 하려 하겠느냐"는 것이 노동계 반발의 이유다.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은 이날 성명을 통해 "노동부 안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개선안이 아닌 비정규직법 개악 기도"라고 규정하며 "일련의 입법 과정을 무시한 이 같은 태도는 새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인수위에 아첨하려는 발상에서 비롯된 얄팍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노동부는 조삼모사 식의 비정규직 대책을 중단하고 노사정 대표자들의 논의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연맹도 성명을 통해 "노동부의 안을 인수위가 거절했다니 참으로 코미디 같은 일"이라며 "노동부의 안은 비정규직을 확대하겠다는 것에 다름 없으며 노동부보다는 '비정규직 양산부'가 어울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하면 과격한 노동투쟁 떠올려"…노사민정 TFT 인수위 내 구성
한편, 인수위는 "새 정부 핵심과제인 경제살리기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전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보고 노사민정 대타협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인수위 내에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업무보고는 한국 노동운동에 대한 해외 일각의 우려를 전하는 것으로 시작돼 새 정부의 노동계 압박을 시사하는 느낌을 남기기도 했다. 이주호 간사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데이비드 엘든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최근 인수위원들과 회의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하면 과격한 노동투쟁을 떠올리고 이것이 해외투자의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간사는 이어 "이명박 당선인은 노동문제를 잘 이해하는 분"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노동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노동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개별 사업장인 한국타이어 문제가 거론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국타이어는 이명박 당선인의 사돈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최근 집단사망 사건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곳이다. 노동부는 업무보고에서 노동자 집단사망 사고가 공장 내 작업환경과 직접적 인과 관계는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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