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약물 의혹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로저 클레멘스가 7일 자신의 금지약물 관련 사실을 메이저리그 금지 약물 조사 위원회에 알린 전 브라이언 맥나미를 명예 훼손으로 고소한 것이다.
클레멘스는 텍사스의 해리스 카운티 지방 법원에 소장을 접수시켰으며 맥나미가 메이저리그 금지약물 조사위원회에 밝힌 15가지 내용을 사실과 다른 명예훼손이라고 첨부했다.
AP가 입수한 14쪽 분량의 소장에는 "맥나미에 따르면 그는 클레멘스의 이름을 포함시키지 않을 경우 기소될 것이라는 연방 수사 기관의 협박을 받은 뒤 조사를 받았다"는 주장이 실려 있다. 즉 맥나미가 자신이 기소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클레멘스가 금지약물을 사용했다는 허위사실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한 휴스터 지역 신문 '휴스턴 크로니클'도 8일 맥나미가 지난 6월 처음으로 연방 수시관들의 조사를 받을 때에는 클레멘스의 금지약물 사용 혐의를 부인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클레멘스 측은 소장에서 맥나미가 미국 연방 국세청 수사관인 제프 노비츠키로부터 클레멘스를 명단에 포함시키라는 압력을 받았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클레멘스가 이같은 발언 내용을 어디서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노비츠키는 홈런왕 배리 본즈 등 미국 유명 스포츠 선수들에게 스테로이드를 공급해 물의를 빚은 '발코스캔들'을 조사한 핵심 수사관이다.
결국 클레멘스 측은 소장에서 "이 같은 거래를 통해 맥나미는 수사 대상에서 단순한 목격자로 변신할 수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그밖에 소장에는 조사 분위기에 대한 맥나미의 발언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에 따르면 맥나미는 조사 분위기가 마치 냉전 시대의 심문과도 같았으며 연방 수사관이 자신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메이저리그 금지약물 조사 위원회 조사관에게 읽어주면 메이저리그 조사관들은 자신의 확인만을 받았을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맥나미는 클레멘스와 90년대 후반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친분을 쌓아 2천년대 초반까지 그의 개인 트레이너로 일하는 등 클레멘스의 최측근으로 일했다.
하지만 맥나미는 지난해 12월 14일 발표된 메이저리그 금지약물 조사 위원회 보고서에서 클레멘스에게 스테로이드와 성장호르몬을 직접 주사한 적이 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클레멘스는 7일 방영된 CBS TV의 '60분'에도 출연해 보고서 내용을 완강히 부인했다. 클레멘스는 맥나미에게 주사를 놓아주도록 부탁하기는 했으나 자신이 건낸 약물은 스테로이드가 아닌 진통제와 비타민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맥나미 측 역시 보고서 내용에 대한 클레멘스의 대응에 따라 소송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어 둘의 진실게임은 잇단 법정 싸움으로 번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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