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의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하지만 2008년 미국 대선주자들은 아직까지 이런 희망을 거의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키쇼르 마부바니 싱가포르 국립대 산하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원장은 뉴스위크 최근호(14일자)에 '세계가 투표를 할 수 있다면'이라는 기고문에서 미국인들에겐 가장 민주적이지만 전 세계인들에게는 결코 민주적이지 않은 미국 대선의 모순을 언급하면서 "미 대선주자들의 국제문제 논의 수준은 끔찍할 정도"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마부바니 원장은 또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전 총리의 폭탄테러 암살사건이 대선주자들에게 세계를 이끌어 나갈 정치적인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줬지만 이들은 미국 유권자들의 인기를 얻으려는 발언을 함으로써 이에 모두 실패했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예를 들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부토 전 총리와 오랜 우정을 말했지만 그의 많은 결점들을 이야기하지는 못했고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미국의 파키스탄 지원 중단을 요구했지만 파키스탄의 군부통치가 미국의 직접 지원의 결과라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선주자들의 이런 발언들은 세계의 복잡한 정치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며 "대선주자들이 미국과 세계에 새로운 지성과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마 이 대선에서 가장 비극적인 요소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마부바니 원장은 "미국 대선은 1억2천600만명에 불과한 미국 유권자들의 투표결과에 의해 66억명에 달하는 전 세계인들이 영향을 받는 점에서 가장 비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인들이 자신들이 선호하는 후보를 뽑게 된다면 극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만약 버락 오바마가 승리한다면 전 세계에서 반미(反美)감정을 적어도 절반 가까이는 없애줄 것이고 8억명의 아프리카인들은 자존심과 문화적인 자부심을 부추기는 엄청난 계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바마는 무슬림은 아니지만 12억명의 전 세계 이슬람인들은 그의 이름 중간에 들어있는 후세인(Hussein)에 관심을 갖고 있고 만약 'H'가 당선되면 곧바로 'W'(조지 W. 부시)가 가져다준 상처를 많은 부분 치유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마부바니 원장은 전망했다.
하지만 마부바니 원장은 모두가 오바마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유럽과 중남미는 힐러리 클린턴을 선호하고 중국과 인도는 국제정치 현실을 중시하고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공화당을 민주당보다 좋게 생각하고 공화당 후보 가운데는 현재 선두주자들이 아닌 존 매케인에 호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일천한 역사 때문에 세계가 희생을 치르고 있다는 시니컬한 태도를 가진 유럽인들에겐 신중하고 치밀한 힐러리가 낫고 중남미인들은 빌 클린턴에 여전히 호감을 갖고 있는데다 아르헨티나의 여성 대통령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힐러리에게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가 드러내지는 않지만 매케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공화당 주자들 가운데 경험이 가장 많고 세계를 잘 알며 참모들도 중도파 인사들이고 그의 승리는 놀라울지 몰라도 그가 대통령이 되면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마부바니 원장은 설명했다.
반면 마이크 허커비와 미트 롬니는 정치적인 견해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세계가 미국 남부출신의 목사를 미국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안돼 있으며, 루디 줄리아니도 9.11 테러에 너무 집착하고 그가 주장하고 있는 세계의 위험도 와 닿지 않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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