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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아, 제발 사람 좀 그만 죽여라"

14일 밤 '파병철회 평화콘서트'에 1천여개 촛불 켜져

촛불집회. 정치권에서 대변하지 못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표출하는 전형적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2002년 가을 주한미군 장갑차에 무참히 희생된 중학생 효순-미선이의 명복을 빌고 주한미군의 문제점 재인식을 시작으로한 촛불집회는 3.12 대통령 탄핵규탄 촛불집회에 이어 이번에는 이라크 파병반대, 전쟁반대 촛불로 다시 밝혀졌다.

***오후 7시, 저조한 시민들 참여, 행사무산 긴장감도...**

3백51개의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은 14일 오후 7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 열린마당에서 '추가파병반대 촛불집회 및 평화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파병철회'라는 자못 심각한 정치적 주제를 '평화콘서트'라는 방식으로 구성, 한판의 축제의 장으로 기획됐다.

<사진1>

행사 예정시각인 오후 7시. 행사 무대차량에는 사회자가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촛불을 들고 있는 참가자는 매우 적었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무대 차량 옆에 비치된 '파병철회 범국민청원서'에 서명을 할 뿐 정작 촛불을 드는 숫자는 적어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전국민중연대 정광훈 상임대표는 "해가 길어서 촛불 분위기가 나지 않아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것 같다"며 행여나 이날 행사가 무위로 끝날까봐 초조해했다.

그러나 행사 시작 30분후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차츰 일터에서 일을 마치고 오는 시민들이 속속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물론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은 정당-시민사회단체 소속 시민들도 삼삼오오 짝을 지워 촛불을 들면서 차츰 이날 행사에 열기가 차기 시작했다.

행사를 주최한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 관계자는 "평일 저녁이어서 시민사회단체들의 조직적 참여를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한 시민은 "소속 지구당에서 단체로 참여결정을 해서 온 것이 아니라 당에서는 촛불집회 공고만 했고, 시간이 되는 사람끼리 모여서 왔다"고 말했다.

***오후 8시, 파병철회 촛불 본격적으로 타올라**

<사진2>

오후 8시경 이내 촛불은 1천여 개로 늘어났다.

이날 집회의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단연 평화콘서트에 참여한 락밴드들이었다.

처음 무대에 오른 '노마크'는 락백드 특유의 레게머리를 치렁치렁 늘어뜨리면서 무대에 올랐다. '노마크'의 싱어 최종운씨(30)는 첫 곡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를 부르기 앞서 "한대수씨가 어떤 행복, 어떤 나라를 꿈꾸면서 이 노래를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노마크'는 전쟁이 없는 세상이다"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최씨는 이어 "콘서트라 매우 열정적이고, 흥분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발언이나, 이날 집회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며 "여러분의 가슴 속에 있는 분노를 터트리겠다"며 노래를 시작했다.

'노마크'의 열정적 무대를 지켜보던 일군의 고등학생들은 '노마크'의 팬들이다. 이지영(고3)군은 "노마크를 보기 위해 왔다"면서도 파병문제에 대한 소견을 서슴없이 밝히기도 했다.

이군은 "'윤리'시간에 파병문제로 토론을 했다. 대다수가 파병에 반대한다"며 "미군이 일으킨 전쟁에 왜 우리 군대가 가야하는지, 정당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쟁을 미국은 왜 일으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군은 이어 "이런 집회는 처음 와 봤는데, 평소에 몰랐던 궁금증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다"며 "다음 촛불집회에는 '노마크'가 오지 않더라도 친구들을 많이 데려오고 싶다"고 웃음을 지었다.

'노마크'에 이어 무대에 오른 팀은 '청계천 8가'로 유명한 락밴드 '천지인'이었다.

'천지인'은 "촛불이 적다고 안타까워하지 말자. 오늘 한명이 다음엔 10명을 데려오고, 그 10명이 1백명을 데려오면 거대한 촛불은 이내 만들어질 것이다"고 오프닝 멘트를 한 뒤, 최근 히트곡 'power to the people'을 열창했다.

집회 참가자 중에는 10대와 20대 뿐만 아니라 '천지인'의 노래를 기억하는 30대들도 많이 참석해 천지인의 노래와 연주에 열정적으로 호응했다. 한 시민사회단체 간사로 일하고 있다는 20대 여성은 "천지인의 'power to the people'은 민주국가에서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며 "촛불집회는 정치꾼에게 뺏긴 권력을 주인에게 되찾아 오는 과정"이라고 평했다.

***"미국아, 사람 좀 그만 죽여라"**

이날 결정적으로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간 것은 랩 팀 '스타 피시(star fish)'였다. 리드 래퍼 이백희씨(30)는 "5살 때 80년 광주를 봤다. 어머니와 손잡고 실종된 친척들을 찾아 다녔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며 "폭력의 역사는 계속 되는 것 같다"고 말해 좌중을 숙연케 했다.

이씨는 숙연해진 집회 분위기 앞에 "미국아, 사람 좀 그만 죽여라"고 외치며 공연을 시작했다.

<사진3>

현란한 랩과 열정적 무대매너는 교보문고 앞 열린 마당을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하는 열정의 도가니로 바꿨다. '스타 피시'의 공연을 지켜보던 50대 김모씨는 "과거엔 모든 집회가 비통하고, 무겁기만 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저렇게 열정적으로 표출하기도 해 보기 좋다"고 말했다.

공연을 마친 뒤 '스타 피시'는 "이런 자리에 예전부터 나오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면서 "이번 기회에 자신들의 생각을 노래로 풀어낼 수 있어 매우 흥분됐다. 앞으로도 촛불집회 현장을 자주 찾겠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4>

'스타 피시'의 공연을 끝으로 이날 '파병철회 촛불집회'는 종착역에 다달았다.

이날 행사 진행을 맡은 전국민중연대 정용준 자주평화국장은 "파병철회 관련 처음 촛불집회였던 만큼 시민들의 호응이 어떨지 매우 걱정됐다"며 "다행히 시민들이 열정적으로 호응해 줘서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했다. 그는 범국민청원운동 관련, "광주에서는 벌써 1만명의 서명을 받았다. 17대 국회 개원전까지 청원운동을 활발히 펼쳐서 국민의 파병반대여론을 여실히 국회의원들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같은 시간대 파병철회 촛불집회가 열린 교보문고 건너편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는 '노사모' 등 8백여명의 시민들이 14일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을 기념, 자축연을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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