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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영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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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영화계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인사이더>, <마이클 클레이튼> 같은 영화가 한국에 없는 이유

무라카미 하루키와 시오노 나나미, 무라카미 류, 그리고 에쿠니 가오리. 세계적으로 이름을 얻고 있는 이 일본작가들은 모두 일본의 코스모폴리탄 지식인이라 불린다. 이들의 정체성은 가히 세계동포주의적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난 이들을 볼 때마다 자민당의 장기집권이라는 일본의 정치 역학 구도가 떠오른다. 왜 이들이, 소위 말하는 '세계인'이 됐을까. 어쩌면 보수 우익이 늘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기껏해야 그 안에서 우물안 개구리식의 개혁, 발전 운운하는 갑갑한 정치현실이야말로 일본의 많은 지식인들로 하여금 정서적으로 바깥으로, 바깥으로 나가게 한 요인이 아닐까. 더 이상 일본이라고 하는 자신의 나라에서는 사회에 대한 진보적 실험이 불가능하다는 좌절감이 이들로 하여금 '세계인'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 일으킨 것은 아니었을까. 왜 시오노 나나미가 자기 것도 아닌, 로마사를 연구하겠는가. 왜 하루키가 아무리 좋다 한들, 하와이 등지에만 머물며 글을 쓰는가. 왜 에쿠니 가오리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방황하는가. 왜 무라카미 류는 유럽을 떠돌며 이색적인 음식과 여자를 탐하려 하는가. 모두들 자기 땅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실망 탓에 이념적 노마드의 길을 택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사이더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끝났으되 끝나지 않은 이상한 대선. 결과에 대한 관심이 이미 투표전에 사라진 정말로 이상한 대선.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신경을 써야 할 것은 4월의 총선이다. 4월 총선마저 특정 정당으로의 강고한 지지성향이 또 한번의 쏠림 현상으로 나타나면, 난 정말로 이 나라 정치가 자민당이 주도하는 일본의 정치판 꼴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하루키 같은 이가 속출할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 같은 재야 세계사학자가 등장할 것이다. 어쩌면 그게 바로 진정한 세계화의 길목으로 들어서게 되는 것 아니냐고? 그래서 사실은 그게 더 좋은 게 아니냐고? 내가 보기엔 그건 일종의 의사(擬似) 세계주의일 따름이다. 진짜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진정한 내쇼널리즘에서 나온다. 미국의 정치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코끼리(공화당의 심볼 마크로 여기서는 공화당의 선거전략용 프레임을 가리키는 것)는 생각하지마'라고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이번 대선은 특정 정당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 전략, 곧 '경제 살리기'의 덫에 걸려 따라가고, 좇아가는 싸움만을 했다. 한마디로 끌려가는 싸움을 한 셈이다. 이럴 경우 승부는 불문가지,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세상이 미친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석훈 박사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88만원 세대'가 왜 자신의 계급적 정체성과 전혀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지, 한국노총이라면 엄연히 노동자 계급을 대변하는 조직인데 어떻게 400억 자산을 보유한 자본가를 지지하는지, 세상 참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여기저기서 터졌다. 이러니 한국영화가 되겠는가. 이 복잡다단하고 '돌아버릴 것'같은 이야기들을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에 어떻게 우겨넣을 수 있겠는가. 천재적인 이야기꾼이 아니라면 말이다.
마이클 클레이튼
그래서 향후 5년간의 영화판이 두렵다. 영화가 점점 재미없다는 얘기가 나올 테니까. 카길 곡물사건이 터지면 <마이클 클레이튼>같은 영화가 받쳐주고, 담배소송이 벌어지면 <인사이드>같은 영화가 나오는가 하면 매사추세츠주 워번시의 수질오염 사건이 터지면 <시빌액션>같은 영화가 나오는 할리우드와 우리 충무로는 격과 판이 다르니까. 우리에게도 혹시 앞으로 <비비케이>같은 제목의 영화가 나올 수는 없는 것일까. <비자금>같은 영화는 만들어질 수 없는 걸까. <치정의 미술관>같은 영화는 또 얼마나 재미있을 것인가.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할 얘기는 무궁무진한데 왜 맨날 달콤한 러브스토리나 애들 장난 같은 슬랩스틱들만 만들고 있는 걸까. 자, 이제 정말 영화계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질 시간이다. 정신들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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