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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의 '정권교체', 의미와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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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의 '정권교체', 의미와 파장

'감동'과 '질'이 담보된 정권교체인가?

'이명박 시대'가 열렸다. 최초의 '정권탈환'이자, 10년 만에 권력을 되찾은 보수진영의 권토중래다.

'잃어버린 10년' 논쟁이 표상하듯 소위 민주개혁정부, 특히 노무현 정부 5년에 대한 냉담한 평가가 정권교체의 큰 배경이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반도 선진화재단의 박세일 이사장은 "현 정권의 정책 실패에 의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실패에 대한 세부적 평가를 떠나 민심을 얻지 못한 정권은 바뀐다는 간단한 진리의 확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제도적 측면에서 나름의 긍정성을 갖고 있다. 전주대 이강로 교수는 "두 번째 정권교체로 민주주의의 제도화가 착근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19일 밤 청계광장을 방문,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7년 최초의 정권교체가 이뤄졌을 때 뉴욕타임스는 "한국 국민들이 일종의 민주혁명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지배 엘리트의 상징이었던 이회창 후보가 아니라 야당지도자인 김대중을 선택한 민심에 주목한 평가였다.

'혁명'에 비유될 정도였던 당시에 비하면 비교적 담담하게 진행되고 있는 두 번째 정권교체는 분명히 민주주의 제도화의 발전으로 볼만하다.

그러나 권력의 교체는 늘 불가피한 진통과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도덕성 의혹 등으로 여전히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는 이명박 당선자로선 미래에 관한 숙제마저 도맡아 풀어야할 이중고를 떠안게 됐다.

불안한 권력교체

박세일 이사장은 진보적 가치와 보수적 가치의 조화를 주문했다. 그는 "21세기는 보수적 가치가 국가발전에서 중요한 시대"라며 "시장, 법치, 자율화로 대표되는 보수의 원리를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옛날식의 보수가 아니라 공동체적 보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보수로의 진화를 강조한 것이다. 진화의 요체는 진보 진영의 의미 있는 문제제기에 대한 폭넓은 수용이다.

그는 "해결방향이 시대착오적이어서 부작용이 일어났지만 지난 10년 간 집권 세력은 좋은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며 "보수는 시대의 변화를 읽고 진보적 의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균형발전, 성장과 복지의 조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자가 "국가균형발전의 대동맥"이라며 '한반도 대운하'를 핵심으로 내세운 건 퇴행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개발연대 구보수를 연상케 하는 이 공약에 대해선 진보진영은 물론이고 보수언론마저 일찌감치 폐기를 주문한 바 있다.

이 후보의 성장 담론 역시 불안하다는 평가가 많다. 노무현 정부 후반기에 시도한 '비전 2030' 등은 '뒷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복지모델에 관한 고민의 흔적을 남겼다. 신자유주의의 전면수용과 친기업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명박 당선자의 경제노선과 정책에서 복지에 관한 진전된 구상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복지에 관한 접근법이 상이한 집단 사이의 권력교체가 몰고 올 파장은 다양한 진통을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명박 시대'를 맞은 진보진영의 위기감은 심각한 파열음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경희사이버대 안병진 교수는 '이명박의 시대'를 "일방적 성장주의와 천민자본주의의 결합"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 당선자는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 문제를 결코 건드리지 못할 것이고 금융자본주의의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노무현 정부 후반기에 그나마 기조를 잡은 부동산 정책도 흐트러질 것"이라고 총체적인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또한 "만약 이명박 정부가 교조적 신자유주의 체제를 채택할 경우 복지에선 잔인한 자본주의를 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불안한 통치기반

숫자만 보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당선자의 불안한 통치 여건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당장 대선에서 패한 세력이 이명박 당선자를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을 태세다. 이들은 대선의 뚜껑이 열리기도 전부터 "특검의 피의자일 뿐"이라고 그를 규정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진보개혁 진영뿐만 아니라 이회창 후보로 대표되는 보수진영에서도 같은 논리로 이 당선자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보수의 최대 덕목인 도덕성에 하자를 보인 그에게는 오른편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강로 교수는 "이명박 특검은 이 당선자가 향후 5년을 준비하는 데 상당히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도덕적 측면에서 정당성에 금이 간 이 당선자에게 정권 인수인계 작업이 순조로울지 장담키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YS 정부와 DJ 정부의 정권이양이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됐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이 교수는 특히 "특검이 길어질 경우 과연 반이명박 세력이 정부구성에 동의해 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DJ 정부 조각 시 김종필 총리내정자가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받지 못해 진통을 겪은 전례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런 탓에 이 당선자가 특검으로부터 다시금 면죄부를 받을 경우 통치력이 보다 견고해질 수도 있으나, 그 반대의 경우는 '조기 레임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되거나 기소가 될 경우, 사법적 진행절차에 따라 권력의 정당성은 출범부터 훼손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이명박 당선자는 여러모로 '불안한 이륙'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 무엇보다 97년 최초의 정권교체가 "한국민의 민주혁명"으로 평가되며 희망의 분위기 속에 이뤄진 것과 달리, 현재는 이 당선자의 지지층마저도 '정권교체'를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리더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는 게 불안하다.

이는 '정권교체의 질'에 해당하는 문제다. '묻지마 정권교체' 열기에 힘입어 집권은 했으나, 이명박 진영에 과연 '준비된 정권교체 프로그램이 있느냐'는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정책경쟁이 실종된 건 이를 검증할 기회를 잃은 셈이고, 지금도 이 문제에 대해 확신에 찬 답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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