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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라도 이 공사 막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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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라도 이 공사 막아야 해"

동대문운동장 철거 시작…노점상 반대 농성 계속

"다 헐었네. 다 헐었어…"

18일 오전 서울 동대문운동장으로 들어간 노점상인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이렇게 내뱉었다. 달리 할 말이 없는 듯, 상인들은 부서진 건물 잔해들을 말없이 둘러볼 뿐이었다.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는 하루 전날인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날 아침 7시부터 동대문야구장 철거 공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미 지난 13일 서울시는 "본격적인 철거에 앞선 사전 작업"이라며 야구장 스탠드 일부를 철거했다.

공사 소식을 전해들은 노점상, 문화단체 활동가 등 200여 명은 "몸으로라도 공사를 막겠다"며 이날 아침 7시 이전부터 속속 야구장 앞으로 모였다.

한겨울 노숙농성…"30년 생계 터전 잃게 됐는데…"
▲ ⓒ프레시안

"생존권이지. 다른게 뭐 있겠어."

전국노점상연합 소속 서울노점상연합회 이병수 회장은 '투쟁'을 벌이는 이유를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이병수 회장을 비롯해 노점상 400여 명은 지난 12일부터 야구장 옆에 천막을 치고 하루 30여 명씩 번갈아가며 노숙농성을 벌여왔다. 대부분 동대문운동장 주변에서 20~30년간 의류를 팔고 있는 상인들이다.

지난 8월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축구장 내 입주해 있는 1000여 명의 풍물시장 상인들과 이주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운동장 인근 노점상들은 '합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울시로부터 어떤 얘기도 듣지 못했다.

서울시는 "동대문 일대를 세계적인 디자인 중심지로 만들겠다"며 공원화 사업과 함께 동대문 일대 노점상을 정비할 태세다. 수십 년간 생활해온 터전을 잃게 된 노점상들이 '몸으로라도 철거 공사를 막겠다'며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이병수 회장은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오세훈 시장, 이해당사자의 의견 계속 묵살"

노점상들만 '위기'를 느끼는 건 아니다. 지난해 서울시가 '공원화 사업'을 발표한 뒤 문화계와 체육계 또한 80여년 이상 된 문화유산을 허무는 것에 대해 "말도 안되는 사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체육시민연대 이병수 사무처장 역시 "그간 수많은 체육인들이 한국 체육의 산증인인 동대문운동장 철거에 반대해 왔다"며 "대체구장도 제대로 짓고 있지 못하는 서울시의 행정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이수정 서울시의원은 "오세훈 시장은 현재 연간 600만인 외국인 관광객 숫자를 2010년까지 1200만으로 늘리려 한다"며 "그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눈에 '지저분하게 보이는' 노점상, 가로판매대, 노숙인 등의 시민을 모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쫓아내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수정 의원은 "오세훈 시장은 취임 이후 계속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은 묵살하고 사업을 강행해 왔다"고 덧붙였다.

문화유산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오세훈 시장은 대선 전날 몰래 철거하려는 약은 수를 쓰고 있는 것 같다"며 "이제 우리는 문화재청이 동대문운동장을 사적 또는 중요문화재 자료로 '가지정'을 해주느냐 마느냐 하는 마지막 판단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불도저 리더십만 돋보이는 서울시 행정"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도 이날 '철거되는 동대문운동장, 서울시의 불도저 리더십만 돋보인다'는 논평을 내고 "행정의 기본은 갈등해소에 있어야지 그 반대여서는 안된다"며 "관청은 시민의 지배자가 아니다"라며 서울시의 행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천영세 의원은 "단 한 차례의 공청회나 간담회가 서울시나 문화재청의 주도로 개최된 적이 있다면, 오늘의 철거 집행이 그렇게 비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천영세 의원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서 요구한 동대문운동장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한 전시관 설립 계획도 마련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일부 보존하기로 한 동대문운동장의 시설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문화재 행정을 책임지는 문화재청은 서울시의 개발논리에 굴복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 "소수의견일 뿐…공사와 상관없어"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공사장 안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는 공사를 막아야 한다며 출입구를 막은 가림막을 뜯어냈다.

그러나 이미 운동장 잔디, 의자 등이 거의 철거된 현장을 목격한 이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농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공사가 중단된 현장에서 "그 누가 노점상을 하고싶어 하느냐/대책없는 노점단속 즉각 중단하라" 등의 노랫말과 구호를 외쳤다.

서울시는 이들의 반발에 대해 "소수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이와 상관없이 공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점상들은 공사와 아무 상관이 없지 않나"며 "야구장 철거 공사는 2월 말까지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노점상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동대문운동장 앞 천막에서 농성을 계속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 이미 관중석 일부가 철거된 동대문야구장 ⓒ프레시안

▲ 서울시는 야구장 잔디도 철거 중이다. ⓒ프레시안

▲ 뜯겨나간 관중석 스탠드가 쌓여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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